중ㆍ장년 이상 되는 이들은 또 맥이 빠질 것이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그토록 못마땅한 후보를 당선시킨 원흉이 그놈의 인터넷과 휴대폰이라고 믿는 보수파라면. 그것들의 폭발적인 이슈 생산성과 전파성, 역동성을 도무지 당해 낼 수 없어 그 이후 현저하게 정치ㆍ사회적 논의의 변방으로 밀려난 일도 생각할수록 기막힐 것이다.
그들이 절치부심, 이제 간신히 이메일 사용법을 익히고 휴대폰에도 익숙해질 만 하니까 이번엔 또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 올 대선판도를 가름할 것이라고 하니 이런 낭패가 또 없다. UCC(사용자제작컨텐츠)가 그 것이다.
▦유사 이래 새로운 매체는 기성세대에겐 늘 당혹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기원전 그리스에서 문자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할 때 소크라테스조차 "문자는 말로 할 때보다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의미를 왜곡시킨다"며 거부감을 보였고, 15세기 유럽에서 인쇄술 발달로 책이 대량 보급되던 시대에도 "책은 기억력을 파괴하고 정신을 약화시킨다"는 비난이 거셌다고 하니까.
하지만 지금의 매체는 그 숨가쁜 발전 속도와, 매번 의식의 틀까지 완전히 바꿔야 하는 변혁의 폭에서 나이 든 이들 대다수가 애당초 감당해 낼 만한 수준이 아니다.
▦ UCC 동영상의 가공할 정치적 파괴력은 지난번 미국 중간선거 때 낭패를 본 앨런 상원의원 사례에서 이미 입증됐듯, 곧바로 시각으로 전달되는 현장성과 즉각 반응성에서 비롯된다. 고스란히 현장을 들어다 보여 주니 오해니 곡해니 하며 변명할 여지가 전혀 없다.
게다가 사고 과정이 틈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영상의 특성 상 보는 순간 곧바로 반응이 유발되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생산자의 의도가 누수(漏水)나, 변형 없이 고스란히 수용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UCC가 아주 유효한 선거전략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문제는 중ㆍ장년 태반이 이런 정보의 생산자도, 수용자도 되지 못한 채 '그들만의 게임'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국가관, 이념, 정책능력 등이 아니라 사소한 말투나 행동 등의 자잘한 시비로 표심이 요동하는 모양새부터 납득키 어려울 것이다.
주말마다 북한산, 청계산에 올라 열 올리는 정치담론이 UCC 동영상에 포착된 요상한 몸짓 하나의 영향력에도 미치지 못하리라는 얘기다. 이래저래 연륜이 도리어 부담스러운 세태다. 무오류의 진리를 담았다는 성경에도 "나이와 함께 지혜가 자라고 깨달음이 깊어 간다"고 씌어 있거늘.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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