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과 기자회견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 동안의 업적과 새해 국정구상을 밝히는 자리에 희망과 낙관, 따뜻한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연설과 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나는 억울하다"고 주장하면서 야당과 언론등 '적대세력'을 계속 비난했다.
과오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단합, 결의 등이 결여된 회견은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의 실패를 알려 주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부동산 한미자유무역협정 등에 관해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말했지만 1년을 남긴 임기는 여당의 내분 사태, 개헌논란, 신임 문제 등이 거론되는 불안정한 국면이다.
그의 신년 메시지가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은 국정 운영의 현주소가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준비한 자료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생략하는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방송연설은 이미 실패작이었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전 정부들에 전가하고, 부동산값을 못 잡은 데 대해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리는 자세를 많은 국민은 안쓰럽게 봤을 것이다.
여당의원들의 탈당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당적 정리가 조건이라면 내가 당을 나가는 게 좋은 일"이라고 했지만, 집권당의 붕괴 위기에 대해 장시간 설명해야 할 만큼 대통령은 그 원인과 책임의 중심에 서 있다.
집권당의 실패는 대통령의 실패와 다를 수 없다. "1년이면 많은 일을 하고 제도화하고 집행할 수 있다"고 한 자신의 말 대로 지금부터라도 국정 마무리에 진력하는 것이 실패를 만회하는 길이다.
무리한 개헌 추진을 접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으로 본다. 노 대통령은 "저는 국민을 무서워한다"고 했는데, 국회의 다수야당과 여론이 반대하는 일에 매달려 국론의 소진을 초래하지 말아야 한다.
개헌에 신임을 걸면 거대한 정치판이 돼 버린다고 스스로 경계한 것처럼 임기 말 국정을 거대한 정치판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대선의 중립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은 반복해 지적할 필요도 없다. 야당 주자들에 대해 가하는 거친 비판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삼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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