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 왕실, 한국에 우호 제스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 왕실, 한국에 우호 제스처

입력
2007.01.26 01:05
0 0

최근 일본 황실의 미묘한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일 우호를 다짐하는 모임에 파격적인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키히토(明仁) 일본 천황 부부는 26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 영화시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너를 잊지 않을 거야’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2001년 1월 26일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숨진 고 이수현씨의 이야기를 담은 한일 합작영화로, 그의 6주기 추모회에 맞춰 공개되는 것이다.

도쿄 소식통에 따르면 천황 부부가 민간 영화의 시사회에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다. 평소 이씨의 의로운 희생을 높이 평가해 온 천황 부부는 이 영화가 한일 양국간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것을 희망하며 시사회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루히토(德仁) 황태자도 22일 도쿄에서 개최된 ‘한중일 우정의 가교 콘서트 2007’에 참가해 우호를 과시했다. 그는 콘서트에 이어 열린 리셉션에서 예정에 없었던 연설을 하고, 정명훈씨의 생일을 축하하는 즉흥 연주에 참가하는 등 돌출 이벤트를 펼쳤다. “일반 행사에선 연설하지 않는다”는 일본 황실의 불문율을 깨가며 한중일 우호를 강조한 그를 바라보며 보수적인 일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정신적 지주로서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 받는 천황과 그의 가족들은 일본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우호 무드를 연출하고 있는 최근 천황가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아시아 국가의 외교관계자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일본 천황이 한국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외교관계자도 “(한일관계에 있어서) 좋은 사인”이라며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우호적인 제스처는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패전 60주년을 맞았던 2005년 6월 태평양전쟁의 격전지였던 미국령 사이판섬을 방문한 천황 부부는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을 처음으로 찾아 참배한 바 있다.

또 “한때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다. 그에 대한 깊은 슬픔은 본인의 기억 속에 담겨있다”(1998년 10월), “내 개인적으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하는 속일본기(續日本紀)의 기록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느끼고 있다”(2001년 12월)는 등 아키히토 천황은 평소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언행을 보여 왔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