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신년 내ㆍ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개헌 발의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경제를) 눈 크게 뜨고 또박또박 챙기겠다”, “(공무원들에게) 떡 사주고 혜택 준 것 없지만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득한다” 등등 특유의 어법으로 거침없이 소신을 피력했다.
-신년연설에서 ‘남북정상회담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는데.
“‘열어놓고 있다’고 한 것은 원론적인 입장이다.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순차로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6자회담과 정상회담은 순차로 이뤄져야 한다. 회담에 대해 그 동안 별로 공들이지 않았다. 북핵이 핵심이고 6자회담에서 북미간 중심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정리돼야 본격적으로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6자회담이 (잘) 되게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이다.”
-야당이 반대하는데 임기 내 정상회담을 추진할 생각인가.
“일부 야당이 ‘(정상회담) 하지 마라’ 이렇게 들고 나온다. 있지도 않은 것을 자꾸 끌어내 제가 도둑질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공연한 정치 공세다. 기분이 나쁘다. 헌법에 (퇴임) 1년 전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게 어디 있나. 지지 높은 정당은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지지만 갖고, 모든 권력을 쥐었다고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개헌안 발의권을 국회로 넘길 생각은 없는가.
“제가 개헌안을 주도하려고 한 게 아니고 사회적 공론의 토대 위에서 정치권이 할 것을 지켜보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갑자기 정략적으로 발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해 동안 검토에 검토를 거쳐 내놓은 것이다.”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탈당이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생각은.
“아무도 반갑다고 안 하는 중립내각을 혼자 하면 뭣하러 하겠는가. 거국내각 하라는 사람도 없다. 거국내각이 대연정과 같은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대연정을 거부했으면 그만이지.”
-신임문제와 개헌을 연계하는 방안은 포기했나.
“임기단축은 절대로 없다. 다음 대선주자들이 임기단축 공약하고 그렇게 해서 개헌들 하셔야 할 것이다. (개헌 추진에) 신임은 걸지 않을 것이다. 신임을 걸면 개헌판이 아니고 정치판이 돼 버린다.”
-현재 대선구도가 야당 후보간 대결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다. 복안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 관측이다. 핵심쟁점은 결국 언론이 주도하는 것 아닌가. 언론에 영향 받은 국민이 주도하든지.”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과 핵심 쟁점은.
“다음 시대정신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라고 하는데 경제정책은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한다거나, 경제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 사회복지, 사회투자가 확실한 차별성이 있다. 사회적 자본, 민주주의와 공정한 사회질서, 인권, 이런 역사적인 문제도 있다. 그런 차별성을 갖고 전선이 이뤄지는 게 도리다.”
-차기 대통령의 핵심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경제는 실력이 아니고 열정이다. 놓치지 않고 조직을 관리하는 거다.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인식, 그리고 성실성 이런 것이 쟁점이 되는 게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개헌안 부결시 대선주자들에게 어떻게 정치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것인가.
“비판한다는 거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퇴임 후 정치활동에 나설 의향은
“경남도민이 되면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범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이 되겠다. 그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한명숙 총리 등 정치인 출신 장관의 당 복귀 시점은.
“그분들이 적절하게 판단하도록 했으면 한다. 일을 잘하고 계신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계속 일을) 하면 된다. 또 당이 필요하다고 하면 (당으로) 가면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건 유출 논란이 있는데
“문건유출은 막을 수가 없다.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막으려 하고 있다. 국회에서 (FTA 문건이) 없어진 것은 공무원 실수인지, 국회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양쪽 다 잘못 아닌가.”
-FTA 협상 구상은.
“FTA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무조건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손해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전략에 대해선 알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다. 알 권리는 무한한 게 아니라 적절하게 행사됐으면 한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하는 판단은 말씀 안 드린다. 대비는 하겠지만 (핵실험이) 있을 것을 전제로 대비한다는 것은 떠벌릴 게 아니다. 위기감이 고조되면 한국은 경제가 바로 흔들리기 때문에 심각한 이해관계가 있다. 국내 언론들은 북한에 대해 근거 없이 보도하는 외국 언론과는 차별 있게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시장 가격안정 전망의 근거는.
“지금까지 이렇게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채택된 적이 있나. 올해도 보유세 제도가 나왔지만 내년에도 나온다. 직접적인 가격 통제제도도 복원됐고 강력한 공급정책을 만들었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가면 더 강력한 것을 준비해서 내겠다. 참여정부 끝나면 다 뒤집어질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
-서민들은 과연 언제쯤 집을 사야 하나.
“서민은 무리하지 말고 형편대로 알맞게 사야 한다. 무리해서 빚내서 사지 말라.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고 앞으로는 더욱 그렇다. 형편에 맞게 자기 능력대로 사라고 실수요자에게 말씀 드리고 싶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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