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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그들만의 리그

입력
2007.01.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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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들어 좋아진 것은 공무원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공무원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진 모르겠으나,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노 대통령의 ‘공무원 감싸기’가 유별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연초 정부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격려 오찬 자리에서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온 비결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수한 공무원, 사명감 있는 공무원밖에 달리 답이 없다”고 공무원들을 한껏 치켜세웠다.

민간 부문에선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넘쳐 나고 있지만, 공무원 조직은 갈수록 커지고, 일 좀 못해도 잘릴 일도 없다. 24일 신년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이른바 ‘작은 정부론’을 비판하고 ‘효율적인 정부론’을 주장했다. 그는 “작은 정부론은 과거 서구의 여러 나라에 해당하는 이야기지 우리에게 맞지 않은 이론”이라며 “복지지출이 서구의 3분의 1 수준인 한국이 작은 정부로 갈 경우 국가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공무원 수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같은 취지의 발언을 그 동안 여러 번 했다.

원론적으로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에 대해선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정부의 크기보다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말에도 이의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을 국민들은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우선, 아직도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봉사하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별로 하는 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건 공무원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경험에서 쌓인 생각이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정부 조직도 시대에 따라 기능과 역할이 통폐합, 조정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2002년 말 경제부처가 몰려있는 과천 관가는 정부조직개편 논란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이 꾸준히 논란이 되면서 구체적인 개편방안까지 제시된 상황이었다.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처 공무원들은 방어논리를 펴느라 총력을 기울였다. 상대 부처를 헐뜯고 공박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의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정부조직개편은 없다고 선언했다. 조직개편을 기정사실로 여겼던 대다수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내심 만세를 불렀다.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이 조직개편은 없다고 말하는 순간, 조직개편의 주 대상으로 거론되었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복지 교육 환경 같은 사회정책 집행 공무원은 지금보다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할 일이 없어지거나 줄었는데도 조직은 옛날 그대로인 부처가 적지 않다. 이러니 정부가 손을 놓아야 할 곳에서 여전히 움켜쥐려 하고, 정작 손을 써야 할 곳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매번 ‘정부와 공무원은 선이고 언론은 악이다’는 식으로 동떨어진 말을 하고 있으니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대우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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