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전경련 신년 하례회 겸 월례회의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재계 총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회장단 회의 후 자신의 취임 20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질문을 받자 “(삼성이) 커져서 좋기는 한데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샌드위치 신세여서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한반도의 위치”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언제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냐는 질문에 “자격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경영권 승계 이전에) 기초는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해 경영권을 물려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전무를 고객총괄책임자(CCO)로 임명한 배경에 대해 “고객, 실무기술자, 연구소를 더 깊이 알도록 훈련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부회장 승진과 함께 기술총괄책임자(CTO)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잘하니까 자꾸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이 부회장이 인사에 불만을 품고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런 것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언젠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과 관련해 “삼성을 맡기에도 벅차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개월만에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 회장이 이날 회장단에 식사와 함께 시중에서 200만~3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와인 프랑스산 ‘샤또 라뚜르(Chateau Latour)’ 82년산을 대접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은 최근 프랑스와 맺은 항공협정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런 항공협정이 세계 어디에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파리노선에 대해 주 4회 올 여름 취항을 희망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내년 3월부터 주 3회 취항하는 것으로 결론난데 따른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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