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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놈 목소리’로 6년만에 컴백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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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놈 목소리’로 6년만에 컴백 김남주

입력
2007.01.2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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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주(36)와 인터뷰 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CF촬영 때문이라고 했다. 만나자마자 물었다. 현재 방송 중인 CF가 몇 개냐고. 그가 잠시 머뭇거리자 매니저가 “다섯 개”라고 대신 답변을 했다. 휘둥그레지는 김남주의 눈동자. “우와, 제가 정말 그렇게나 많이 해요?” 아랑곳 않고 매니저가 한 술 더 뜬다. “(출연) 진행 중인 게 3개 더 있는데요.”

‘CF퀸’ 김남주가 1991년 발생한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토대로 한 영화 <그 놈 목소리> 를 통해 배우로 돌아왔다. 2001년 TV 드라마 <그 여자네 집> 이후 6년 만이다. 오랜 공백. 그러나 그의 복귀가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TV만 켜면, 어떤 채널을 선택하든 프로그램 사이사이 책갈피처럼 등장하는 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CF를 통해 그는 견고한 성채 같은 이미지를 쌓았다. 명품으로 몸을 두르고 ‘팰리스’ 꼬리표가 붙는 고급 아파트에 살듯한 귀부인의 모습. 김남주는 이 시대 뭇 여성이 바라 마지않는 물질적 행복의 상징이다. <그 놈 목소리> 에서 맡은 역할은 잘 나가는 9시 뉴스 앵커인 한경배(설경구)의 아내 오지선. CF 이미지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아이 잃은 비련의 엄마로, 행복으로 가득한 CF 속 모습을 철저히 파괴한다.

1993년 데뷔 이후 영화 출연은 <아이 러브 유> (2001)에 이어 이번이 고작 두 번째. “연기에 자신이 없으니 CF 속으로 숨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은 당연해보인다. 그는 “겁 많은 성격 때문에 잘해 낼 수 있는 작품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라고 해명한다.

<그 놈 목소리> 는 그 자신이 딸을 가진 엄마이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땐 (출연 여부가) 반반”이었으나 “아동범죄는 공소시효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한다. “엄마로서 반드시 출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은 거죠.”

그러나 촬영기간 4개월 내내 정신적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장면 하나하나가 가슴을 저몄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도 출연 제의 받을 때를 포함해 딱 두 번 읽었다. “실제 부모에게 누가 되지 않는 연기를 하려 최선을 다했어요. 아이 잃은 엄마의 감정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고요.”

그는 자칫 흉내로 그칠 수 있는 연기를 엄마이기에 실감나게 해냈다고 자부한다. 영화 속 지선이 장롱에서 꺼낸 현금 다발을 목사에게 안겨주며 매달리듯 절규하는 “내 새끼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엔 없었다. 그가 “촬영 기간 내내 수 천번 수 만번 마음속으로 외쳤던 말”로 자연스럽게 극중에 녹아 들었다.

영화의 비극적 결말과 달리 현실의 김남주는 지금 인생의 절정에 있다. “결혼하기 참 잘 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남편 김승우와 돌배기 딸 란희는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여자 배우로서는 핸디캡인 아줌마 딱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일과 가정을 택하라면 전 가정이 우선입니다. 여배우만을 고집하기엔 인간 김남주로서 굉장히 행복한 시기거든요.”

그러나 <그 놈 목소리> 로 재개한 연기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빌딩 같은 집에서 살 것 같고, 늘 스파게티만 먹을 것 같고, 큰 냉장고 옆에만 서있을 듯한 김남주의 ‘달나라 사람’ 이미지를 깨고 싶다”고 했다. 대신 “털털한데다 건망증 심하고 때론 푼수기 다분한” 실제 자신의 맨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배우로서 그 동안 직무유기를 해왔어요. 이젠 편한 연기를 자주 보여드리고 싶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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