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준비 안 된 국립공원입장료의 일방적 폐지가 불러일으킬 혼란에 대해 수차례 경고와 보완을 요구했지만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과 환경부는 동반되는 문제인 문화재관람료에 대해서 "우리가 알 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역시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 소유자는 공개를 원하는 사람에게 문화재를 공개할 수 있으며 관람료를 받을 수 있는 법률에 의해 얼마든지 사찰 입구에서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게 행정지도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모르겠다"며 직무유기를 했다.
● 정치ㆍ종교에 시민 권리 농락당해
불교계 역시 문화재로부터 멀리 위치한 매표소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면서 등산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으며, 한 해 400억원이 넘는 문화재관람료 사용내역을 밝힌 적이 없다.
불교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한 수리비가 매년 2,000억원이 투입된 적도 있고, 이런 결과로 최근 몇년간은 보수할 양이 적다보니 수백억원 단위로 조정되었다.
또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매년 60억원 이상 지원이 되고 있고 선거철인 올해는 90억원으로 증가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지원도 매년 수십억원이 되며,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행정자치부의 교부세는 얼마가 사찰에 지원되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주목할 점은 국보나 보물의 보수비로 지원받아 선방 요사채 일주문 종무소 신개축과 조경공사 등의 목적 이외 사적인 중창불사에 사용된 예산이 많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급기야 17일 조계종 총무원장, 환경부장관, 문화재청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모여 대책을 협의했다고 한다.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결과를 지켜봤다.
결국 나온 얘기라고는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의 대표 격으로 참가한 환경부장관과 문화재청장은 미숙하게 대응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하며, 최근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사찰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매표소의 장소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문화재청으로
결국 정치, 종교 권력 앞에 시민의 권리는 또 다시 농락당하고 만 것이다. 이는 시민의 혈세를 정치권이나 불교계가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특정 종교단체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략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으며, 종교단체는 이를 이용해 시민의 혈세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것은 이틀 전 지관 총무원장께서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거나 이를 이용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매우 의미 있는 말씀이다.
이번 기회에 사적과 명승, 천연기념물, 불교문화재 등의 관리권이 문화재청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흩어져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나 우리나라의 문화헌장은 자연유산을 문화의 범주로 포함하고 있다. 현 국립공원관리공단을 환경부에서 문화재청으로 귀속시키면 입장료 수입ㆍ지출의 투명화, 국립공원과 문화재 관리의 일원화 등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황평우ㆍ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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