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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流 한번 빠지면…

입력
2007.01.2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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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소설들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된 지 오래이고, 지난해 11월 열린 아이돌그룹 아라시의 첫 내한공연은 티켓 예매가 시작된 지 1시간여만에 전회 매진 됐다. 영화 <일본침몰> 과 <데스노트> 는 큰 홍보 없이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는 국내 방영이 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을 타고 마니아 팬들이 생겨났다. 한류처럼 순식간에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 한국 내 일류(日流)는 20, 30대 여성들과 대학생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서서히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한 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다

현재 개봉중인 영화 <허니와 클로버> 는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아라시의 멤버 사쿠라이 쇼가 주연을 맡았고 아라시의 노래가 삽입됐다. 이렇듯 일본 대중문화는 스타와 작품 모두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기본이다. 일본에서 연예인의 가수와 연기 겸업은 당연한 일이고, 인기 소설과 만화는 <냉정과 열정사이> <쿠로사기> 등처럼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특정 콘텐츠(스타)를 좋아하면 그와 연관된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기 쉽다.

16일 <허니와 클로버> 를 보려고 극장을 찾은 이인정(28ㆍ회사원)씨는 “아라시의 멤버들이 출연한 드라마를 보다가 노래도 듣게 됐고, 요즘에는 다른 일본 드라마들도 즐겨본다”고 말했다. 한 번 관심을 가지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즐길 거리가 쏟아지는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 팬들의 마니아적 성향도 이런 현상에 한 몫 한다. <허니와 클로버> 를 수입, 상영하는 스폰지하우스의 정현설씨는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지 않았던 시절 팬들은 그만큼 더 열성적으로 일본 대중문화를 소비했고, 지금도 그런 성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특유의 마니아 문화와 한 번 찾아온 ‘손님’은 절대 놓치지 않는 일본 대중문화의 산업 시스템이 결합, 한국에서 작지만 탄탄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청춘, 일상이 살아있다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의 특징은 ‘청춘’과 ‘일상’으로 요약된다. <허니와 클로버> <유레루> 등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일본 영화들은 젊은이들의 일상과 고민을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담아낸다. <노다메 칸타빌레> 는 클래식을 전공하는 남녀의 사랑을 다루지만, 그 바탕에는 대학을 배경으로 앞날을 고민하는 청춘의 풋풋함이 깔려있다.

대학생 이은영(22)씨는 “한국 영화에는 젊은이들의 일상이 없다. 반면 일본 영화에는 우리 또래가 겪는 고민과 일상이 담겨 있어 쉽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서사 중심으로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젊은 세대와의 공감의 접점을 잃어버린 사이, 일본 대중문화가 그 틈새를 공략한 것이다.

日流? 아직은 비주류 문화

그러나 국내 대중문화 시장에서 일본 대중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허니와 클로버> 는 개봉 2주차에 3만3,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8개관에서 개봉한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지만 주류로 부상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젊은이들 위주의 마니아가 주축이 된 현재의 소비층이나,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은 지금보다 더 많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데 장애물이 된다. 일본 콘텐츠 전문매장 제이앤제이 홍보팀의 문원진씨는 “개방 이후 눈에 띌 정도로 큰 수요 변화는 없다. 다만 예전보다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조금씩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추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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