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논스텝(non-step)' 버스가 있다. 직행버스라는 '논스톱(non-stop)'에 빗대어 작명한 버스로 우리말로는 저상버스이다. 승차구가 인도 높이만큼 낮아서 평지를 걷듯이 버스를 탈 수 있다. 일반버스는 승차구가 두 계단으로 되어 있고 첫 계단조차 종아리 높이만큼 위에 있어서 노약자나 장애인이 타기 힘들다. 9년 전 도쿄에 갔을 때 '논스텝' 버스를 보면서 한국에도 어서 저런 버스가 생겨나길 기대했다.
저상버스는 지난해에 서울에도 등장했다. 경기도도 올해부터 도입을 한다.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리라고 한다. 헌데, 한국에서 이 버스는 절대 논스텝이 아니다. 바닥 높이가 불과 34㎝라 일반버스(45㎝)보다는 낮지만 평지 걷듯이 탈 수 없다. 버스가 인도에 바짝 붙어서 대지를 않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려면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선 후 다시 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저상버스의 내부는 실상 일반버스보다 불편하다. 일반버스는 제일 뒷좌석과 가운데 바퀴 부분만 높이 떠 있는데, 저상버스는 앞에 여섯 자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단 위에 자리잡고 있다. 의자도 작고 힘이 없다.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더 불편한 구조이다. 저상버스가 저상버스로 그나마 소용이 되려면 탈 때 편해야 하는데 한국 현실에서는 그마저 안 된다. 그렇기만 한가. 정류장 표지판보다 늘 멀찍이 서기도 한다. 일반버스도 마찬가지다.
● 장애인이 타기 힘든 저상버스
살펴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버스가 들어오면 모두 인도로 내려서서 차로 달려갈 준비를 한다. 그러니 사람들을 제치고 인도에 다가갈 수가 없다. 사람들은 버스가 저를 안 태우고 가버릴까 봐 규칙을 어기고 인도로 들어선다. 때로는 정류장에 다른 차가 있다. 버스정류장 가까운 업소에 찾아온 화물차나 무단 주차한 자동차도 있고 때로는 택시가 줄줄이 서기도 한다. 그래서 버스는 서야 할 자리에 바짝 대지를 못한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보니 주변에 차도 없고 인도로 내려서는 승객이 없는데도 버스는 저 멀찌감치 선다. 힘들여 저상버스를 도입하고도 그 효과를 보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한국도 진정한 저상버스를 누릴 수 있을까?
가수 유니가 세상을 등졌다. 인터넷에 오른 악성 댓글에 가슴앓이를 해온 것이 자살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네티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그런데 누리꾼을 비난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성인군자가 아닌 바에야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이나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는 사람이야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사적인 자리에서나 하고 끝나야 할 말들이 공적인 영역에까지 들어오는 데 있다. 그 가운데 포털이 버티고 있다. 기이하게도 외국의 포털에는 생기지 않는 이 문제가 왜 한국에서만 유난할까를 되새겨봐야 한다.
● 광고수익은 올리며 책임 모르는 포털
악성 댓글이 가장 범람하는 곳이 포털이다. 그런데 포털은 이런 악성 댓글을 걸러내는 데 무척이나 게으르다. 세상의 떠도는 이야기에 관문(포털) 구실을 할 뿐이라는 이유로 댓글의 책임을 피하고 있다. 인력이 딸린다는 이유로 댓글을 방치한다. 그래서 차마 옮기기 흉악스런 글까지 오르고 있다.
인터넷은 누구나 반론이 가능한 공간이라서 포털은 신문이나 방송 같은 미디어로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런데 현재의 인터넷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이에 일일이 대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포털은 이제 미디어로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되었다.
이미 포털의 광고료는 어지간한 신문사의 광고료를 웃돌아 그만한 책임을 질 능력도 갖추고 있다. 감시인력을 고용해서 악성 댓글을 걸러내지 않으면 댓글을 쓴 사람과 더불어 그 글을 올린 사이트도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자극적인 댓글은 조회수를 늘리고 조회수는 광고수익과 연결된다. 만일 포털이 악성댓글을 제재하지 않는다면 돈벌이를 위해 한국인의 어두운 특성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사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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