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연쇄적으로 탈당하는 가운데 중도실용 성향의 우리당 재선그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 의원 일부가 범여권의 중도세력을 아우르는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도세력 통합론이 범여권 신당 추진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와 여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선에 따른 분화가 이뤄질지 여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당 임종석 송영길 김부겸 의원 등은 최근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만나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위한 준비위원회(가칭)’를 이르면 금주 내에 발족하기로 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24일 “우리당, 국민중심당 의원들과 1년 넘게 대화를 해왔다”며 “비(非) 노무현, 탈(脫) 지역주의,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의원들이 중심이 된다”고 밝혔다.
모임에는 우리당 정장선 조배숙 이종걸 최용규 김영춘 의원, 민주당 이낙연 의원, 국민중심당 신국환 의원 등 1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우선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개혁세력 연대를 위한 일종의 원탁회의가 열릴 경우 ‘제3지대 터잡기’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들은 당적을 일단 보유한 상태에서 신당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의원 등 최근 개별 탈당한 의원들과는 다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탈당 결행이 쉽지 않은 대다수 의원들은 이 같은 통합 모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임종석 의원은 “개혁 세력이 주축이 되고 전문가 그룹과 합리적 보수 진영을 결집하자는 것”이라며 “절차적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당을 위한 초기 준비 모임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장선 의원은 “궁극적으론 탈당을 택해야 하겠지만 우리당 전당대회를 치르되 중도의 정치색을 강조하는 제3지대론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 대표측은 당초 우리당 선도 탈당 의원들과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을 합쳐서 제3의 교섭단체를 꾸리는 방안에 주력했지만 고건 전 총리 낙마 이후엔 신당의 정강 정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3당 기초 테이블 구성’으로 전략을 바꿨다. 김 대표는 다만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 등은 정계개편에 앞장서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르면 3월 중에 통합신당 주비위를 구성하고 4ㆍ25 재ㆍ보선에서 단일후보를 공천하는 승부수를 던져 정국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들은 29일 우리당 중앙위 이후 전대 의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하면서 우리당 초재선 의원 등 30~40명 정도를 규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의 성공 여부는 추가로 가세하는 의원들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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