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나 변호사단체를 욕한 사람은 변호사 안 하면 되지 않습니까.”
대한변호사협회가 판ㆍ검사 시절 변호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변호사조직을 비판한 법조인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까다롭게 하는 규칙을 마련 중이다. 이 규칙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전국법원 순시에서 “변호사가 만든 서류는 남을 속이는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협은 지난해 ‘변호사 및 변호사단체 명예보호규칙’을 마련, 12월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1월 26일 총회에서 의결되면 규칙으로 공포된다. 규칙에 따르면 변호사나 변호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판ㆍ검사들이 변호사 등록을 신청할 경우 별도의 심사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했다.
그런데 심사위에 회부되더라도 심사위가 등록을 거부할 수 없고 2개월 후면 자동으로 등록되도록 돼 있어 유명무실한 제도다. 하지만 변협은 자신들을 비판한 법조인들을 심사위에 회부하는 식으로 징벌을 가한다는 심산이다.
신현호 변협 공보이사는 “학문적이고 건전한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근거 없이 변호사나 변호사단체를 비하한 법조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이사는 또한 “자신이 몸 담을 조직을 비하하고 동료들을 욕하던 사람은 현직을 떠난 후 변호사를 안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최근 변호사들에 대한 비판 중 다소 감정적인 발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뼈아픈 지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성하지 않고, 변호사를 비판한 판ㆍ검사들의 등록을 심사하겠다는 것은 옹졸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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