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받는 인사는 "우리, 지진에 안전해?"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대답의 실타래를 지난 20일 저녁 발생한 월정사 지진으로부터 풀어가고자 한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진부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월정사로 향하는 6번국도가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으로 추정되며 월정사 쪽으로 5㎞ 정도에 진앙지가 있다. 이 단층은 공룡이 살던 쥬라기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2억년이 지난 지금 지하 13㎞ 하부에서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단층면의 일부가 파괴되고 일부의 에너지가 지진파로 전파해 나간 것이다.
규모 4.8이면 중규모지진인데 왜 피해가 경미한가? 다행히도 산악지역에서 발생했고, 한반도 발생 지진의 평균 심도인 8㎞보다 깊었으며, 지진파의 주된 에너지가 다소 고주파수로 표면파의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만약 동일한 지진이 대도시, 지표 가까이에서 일어났거나 표면파 지속시간이 길었다면, 또 지반 진동에 취약한 건물이 많았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여기서 우리는 지진 안전지대의 개념을 지진학적 측면 즉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강도와 확률로 나타내는 지진위험도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 즉 지진피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진재해도로 분리해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얇은 판으로 덮여 있으며, 서로 밀면서 ??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판 경계부 뿐 아니라 두께나 강도가 불규칙한 판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연약한 곳이 찢어지고 (단층) 주변을 흔들게 되는데 이것을 지진이라고 한다.
유럽과 아시아가 속해있는 판을 유라시아판이라고 부르며 한반도는 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그 끝 판 경계에 일본열도가 있다. 한반도의 서쪽 중국에는 산둥반도를 가로질러 탄루단층이 남북으로 벋어있을 뿐 아니라 이에 평행하여 몇 개의 단층이 내륙 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단층대가 역대 최대 사망자를 낸 규모 7.8의 당산지진 등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연약대이다. 따라서 한반도는 일본열도와 중국의 큰 연약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 위험이 낮은, 즉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은 지역이다. 16~17세기에는 이번 정도의 중규모지진은 자주 발생하였으며 대규모 지진도 간헐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19세기부터 지진 위험도 감소하여 현재는 확률적으로 규모 6.0 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따라서 지금의 한반도 지진위험도는 과거의 지진활성기 때보다 그리고 주변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진재해 가능성은 얼마인가? 이는 내진설계 기준 설정에 적용된 지진위험도 수준이 적절한가, 재난관리기관의 대응체계가 어느 정도인가, 국민들이 행동요령을 잘 알고 있는가 등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게 된다.
현재 내진설계 기준은 시설물마다 다르며, 내진설계가 안 된 시설물이 약 30%일 정도로 노후화되어 있다. 주관기관인 소방방재청은 작년에야 기본적인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나 금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중단 위기에 있으며, 지진재해 연구비는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제 어느 정도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진위험도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지만 다행히 한반도의 위험도는 주변국가에 비해 낮은 편으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이다. 반면에 지진재해는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였느냐에 달려있는 인위재해로서 이런 면에서 한반도가 지진에 안전한가라는 질문에는 "글쎄요"라는 답이 적합할 것 같다.
지헌철ㆍ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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