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나 홀로 추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24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 당 121엔 77전까지 떨어져 4년만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유럽의 유로화에 대해서도 158엔 44전(23일 뉴욕시장)까지 하락, 연일 최저치 기록을 갱신했다. 또 한국의 원화가 9년 만에 100엔 당 770원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는 아시아 각국의 통화에 대해서도 대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엔화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최근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연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른 ‘엔 캐리 거래’의 확산도 엔저 상태를 유지, 확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 캐리란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 등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서 운용, 수익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17, 18일 개최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은이 금리인상을 연기한 것은 시장을 크게 실망시켰다. 미국(5.25%)과 유럽(3.50%)에 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0.25%)이 앞으로도 금리인상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엔에 대한 대대적인 ‘팔자’가 이루어졌다. 미국 경기의 연착륙으로 조기 금리인하의 관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엔 캐리 거래는 금리의 차이로 생기는 부산물이다. 투자자들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일은이 2월 이후에도 간단하게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아래 엔 캐리 거래를 확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엔에 대한 ‘팔자’ 분위기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엔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일은의 금리인상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을 포함해 향후 엔에 대한 ‘사자’주문을 낼 만한 재료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사 일은이 소폭의 금리인상에 나서더라도 미국, 유럽과의 금리차는 아직도 크기 때문에 급반전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일본 정부의 속내도 엔저의 유지이다.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지난번 일은의 금리인상 시도에 제동을 건 것은 환율의 변동을 막아 수출기업을 뒷받침해 주겠다는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즐길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투기성이 강한 엔 케리 자금의 거품이 꺼질 경우 일본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의도적으로 엔저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일본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쯤에는 엔고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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