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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DDA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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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DDA를 기억하라

입력
2007.01.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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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칸쿤은 휴양도시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자살한 아픈 기억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2003년 9월 10일 이곳에서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가 개막됐다.

이씨는 한국의 농민대표 150여명을 포함한 시위대 1만여명과 함께 '농업협상 반대'를 외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던 중 주변에 "열심히 투쟁하라"고 말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업경영인연합회장과 전북도위원 등을 지낸 이씨의 죽음은 즉각 '농민을 아픔을 가슴에 안고간 순교'로 세계에 타전됐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회의도 결국 결렬됐다.

▦ 2005년 12월 13일부터 엿새간 홍콩에서 열린 WTO 5차 각료회의는 '이경해 열사'를 앞세운 한국 시위대의 활약상에 압도됐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연합 등으로 구성된 1,500여명의 투쟁단에게 홍콩 경찰은 '폭민(暴民) 요주의'라는 꼬리표까지 달았다.

하지만 이들은 안팎의 걱정과는 달리, 삼보일배 해상시위 상여시위 촛불시위 등 다양한 평화전술을 선보이며 현지의 관심을 끌었다. '한류 시위'를 수출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막판에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 1,000여명이 연행되고 11명이 기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은 새로운 다자 무역질서는 만들자는 도하개발어젠다(DDA)는 취지나 실상을 떠나 꺼림칙하다.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4차 각료회의에서 합의된 DDA 협상의 핵심 쟁점이 우리의 아킬레스건인 농업개방에 맞춰진 까닭이다.

이런 스트레스는 농업보조금을 줄여야하는 농산물 수출국이든, 관세를 낮춰야 하는 수입국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회의를 열 때마다 "이번에는…" 하고 열성을 보이지만 개도국과 선진국, 수출국과 수입국 등으로 갈린 140여개의 회원국 이해를 맞추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 지난해 7월 말 라미 WTO 사무총장은 급기야 "모두가 패자"라며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농업부문의 양대축인 미국과 EU의 견해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때마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정국이슈로 떠오른 때여서 DDA는 남의 일인 양 잊혀졌다.

하지만 최근 농업보조금 축소 및 관세 인하를 둘러싼 미국과 EU의 농업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외교통상부와 농림수산부, 농업경제연구원 등 DDA 주무부서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권만 개헌타령과 치적홍보에 열중할 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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