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와 달리 업무 스트레스와 간질환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나라 인구의 5~8%를 차지하는 B형 간염보균자 등의 산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상준)는 24일 외교통상부에 근무하다 간질환으로 숨진 김모씨 유족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로로 저하된 면역기능이 간경변ㆍ간암 진행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에 비춰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간염을 간암으로 발전시킨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의 근거가 된 대한간(肝)학회의 '간질환과 업무 스트레스는 무관하다'는 보고서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주문한 결론에 맞게 학회가 자료를 제시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의학계 연구를 보강한 것으로 평가돼 향후 대법원이 결정이 주목된다.
B형 간염 보균자인 김씨는 2004년 대통령 해외순방 등 업무 때문에 하루 2, 3시간 잠을 자며 일을 하다 이듬해 간세포암으로 숨졌으며, 유족들은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채용과정에서 간염보균을 이유로 최모씨를 탈락시킨 A건설회사에게 "과로와 간 질환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며 불합격 취소를 권고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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