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외교의 중심에 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지만 뉴욕의 생활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프리미엄 호텔의 대명사인 맨해튼 워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하루 숙박비만 150만원에 육박하는 스위트룸에 묵고 있지만, 정작 된장찌개가 아쉬워 냉가슴을 앓곤 한다. 총장관저로 입주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텐데, 업자 선정이 일부 늦어지고 있어 예정된 9월까지 보수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23일 “반 총장이 최근 한식 요리사를 구하려던 일이 무산돼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며 “유엔에 관련 예산 집행 근거가 없어 매끼 호텔에서 나오는 양식으로 때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엔 규정에 따르면 총장 공관에는 원래 2명의 요리사가 배속된다.
반 총장측은 최근 유엔의 관련부서에 호텔에 체류할 동안 한식 요리사 1명을 채용할 수 있는 지를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어렵다는 것. 소식통은 “관저 보수공사로 반 총장이 호텔에 묵게 되면서 호텔 숙박비를 중심으로 이미 예산배정이 완료돼 요리사 배정을 위한 추가 편성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한 측근 인사는 이와 관련, “가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생각나 외식을 하려해도 경호원들까지 총출동해야 하니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 호텔 투숙의 답답함과 음식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돌파구는 관저 보수공사가 조속히 마무리되는 것. 그러나 맨하탄 동쪽 57번가 이스트강변에 있는 관저의 보수공사는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약 450만달러의 예산이 배정된 공사는 올 초부터 시작됐어야 했지만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주변에서는 입주가 늦어지거나 총장이 원할 경우, 호텔 보다는 프라이버시나 음식 등에서 불편을 덜 수 있는 임시거처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총장 판공비와 관련한 우스개소리도 나돈다. 총장과 사무차장, 대변인이 함께 점심을 먹으면 누가 돈을 내느냐는 것. 정답은 ‘각자 낸다’ 이다. 판공비로는 측근 간부들 밥조차 사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고위외교관은 “외교관들이나 유엔 간부들에게 제대로 식사를 대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그래서 코피 아난 전임 총장은 약속이 없으면 관저에 가 점심을 먹었다”고 말했다.
경호도 때론 성가시다. 한 번은 반 총장 가족 한 명이 존 F 케네디공항에 지인이 와서 마중을 나가야 했다. 반 총장 차가 움직이게 되니 경호를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결국 가족은 택시를 타고 공항에 나가야 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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