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은 쌓아놓고 있는데 쏠 곳(투자대상)이 없어요.”(중견기업 부사장). “돈 되는 사업을 발견해도 규제가 얽혀있어 뛰어들 엄두나 나지 않아요.”(4대 그룹 전무)
한국경제의 미래 수익사업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을 포함, 대부분의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 확대 및 라이벌과의 제휴 등을 통해 미래 수익사업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앞으로 10년은 커녕 3년 이후의 먹거리도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어 한국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수익사업의 부재 위기는 외환 위기 이후 계속돼온 투자 부진과 정부의 각종 규제, 글로벌 경쟁 격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업아이템이 중국 대만 등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다, 미국 등 선진기업의 견제도 매서워 그야말로 ‘블루오션’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5~10년후 뭘 먹고 살지 고민”이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에서 보듯,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한 삼성조차도 신수종사업(신규 수익사업) 찾기에 그룹의 명운을 걸고 있다. 반도체가 매출의 32%,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휴대폰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노키아 모토로라와 싸우기가 버겁다. 삼성전자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성을 장담못한다.
LG그룹도 이익을 내는 가전사업을 빼고는 차세대 먹거리 찾기가 여의치 않다. 지난 수년간 매년 조단위 투자를 해온 LCD사업이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해온 휴대폰사업도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 그룹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SK㈜는 최근 신일본석유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중국진출이 여의치 않은데다, 엑손 모빌 등 석유 메이저업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새로운 생존 해법을 모색해야 할 형편이다.
포스코도 인도 오릿사주 제철소 건립을 통해 한단계 도약을 추구하고 있지만, 미탈사 등 세계 경쟁업체들의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대응,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중견기업으로가면 사정은 더 심각해진다. 이들에겐 10년 뒤가 아닌, 3년 뒤, 아니 당장 내년이 문제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286곳을 대상으로 ‘신규사업 추진현황’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5%)이 ‘3년후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못 미쳤다. 당장 3년뒤 무엇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지, 감조차 못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꼽는 수익원 부재의 가장 큰 원인은 규제다. 석유화학제품 생산업체인 A사는 최근 고급 신제품생산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했다가 해당업종의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이 75%(1개사 50%)를 넘을 수 없다는 독과점규제에 걸려 신규사업을 접어야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문제점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중국업체와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기업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투자를 제때 못하면 시장을 모두 빼앗길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를 혁파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의 실종을 꼬집는 목소리도 많다. 대기업의 경우 현금자산이 넘쳐나는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정부규제 탓이 아니라 결국 기업 자신들의 문제라는 얘기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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