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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애 낳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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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애 낳아 봐야'

입력
2007.01.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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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고3 네 명은 키워봐야…"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유력한 대선후보 경쟁자인 박근혜 의원이 결혼하지 않은 것에 빗댄 발언이고, 박 의원 쪽에서 어설프게 후보자격 검증을 거론한 것에 대한 반격으로 비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전 시장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독신이나 자녀 없는 부부에 차별적 시각을 드러낸 발언은 박 의원 한 사람과 시비하거나 사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 이 발언의 천박함은 박 의원이 "군대 안 간 남자는 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되묻는 것으로 간명하게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의 논법은 재벌기업을 운영해봐야 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다거나,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는 평화를 말해선 안 된다는 궤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와대에서 살아보지 않고는 국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비웃은 우스개는 상징적이다. 이걸 뒤집으면, 수 십년 전 민주화 투쟁에 그럭저럭 동참한 것을 빌미로 세상을 온통 바꾸겠다고 설친 집권세력의 어리석은 오만과 비슷하다. 경륜 있는 보수 인사들이 이 전 시장의 독재 성향을 경계한 연유도 이 때문인가 싶다.

■ 사물의 형평을 위해 박 의원의 잘못을 되짚는다. 여론 지지도에서 뒤지는 것이 답답하더라도 이 전 시장의 일본 출생까지 논란한 것은 딱하다. 집권세력이 과거사를 자의적으로 끌어대는 것을 누구보다 개탄하던 박 의원이 치졸한 논란을 가로막지 않고 부추기는 모습은 실로 보기 민망하다.

곧고 바른 면모를 남다른 덕목으로 내세우던 자세는 내버렸는지 궁금하다. 갈갈이 찢긴 사회를 화합으로 이끌겠다는 이가 보수강경으로 기울더니 끝내 고루한 훈수 꾼들과 함께 낡은 정치의 수렁에 휩쓸렸나 싶다.

■ 이런 아쉬움과 관계없이 이 전 시장의 발언은 공론으로 준열하게 꾸짖어 마땅하다. 그가 대권에 근접한 형세이기에 여성계와 진보세력까지 애써 무심한 척하는 듯하다.

우리사회의 앞선 인식을 자랑하는 이들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발언에 침묵하는 것은 스스로 진정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실패한 근본도 바로 그런 위선이다. 여기에 낙담한 국민을 구하겠다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덕목은 흔히 떠드는 경제 살리기 능력이 아니라, 진실로 차별을 없애고 화합을 이루는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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