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과 문화] 행복한 책 읽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문화] 행복한 책 읽기

입력
2007.01.24 01:11
0 0

해외 휴양지에서 서양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면 우리와는 사뭇 다른 구석이 있다. 바닷가 파라솔 아래서 서양 사람들은 흔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드러누워 책을 읽는다. 음악 소리가 요란한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한나절씩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 국민 24.1% 1년에 한 권도 안 읽어

책 읽기가 직업이고, 또 거의 유일한 취미인 나에게도 서양 사람들의 여유 있는 책 읽기는 흠모와 부러움의 대상이다. '자와 필기도구 없이도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거나 지혜를 얻는 게 아니라 그저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표한 '2006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 24.1%가 지난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고, 1인당 평균 독서량도 11.9권에 불과했다. 수험서, 전공서적을 제외하면 수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한 달에 한 권도 되지 않는 독서량이건만, 책 읽는 사람을 쉽게 접할 수 없는 현실에 비춰보면, 오히려 많아서 놀라울 정도다.

바쁜 세상에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학생은 학생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주부는 주부대로 책 읽을 짬을 내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시청률 50%대에 육박하는 드라마,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십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지닌 온라인게임이 한두 편이 아니었음을 고려하면, 한국인들이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은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진짜 이유는 시간이 펑펑 남아돌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책에 손이 가지 않는 데 있다.

한국인에게 책은 여전히 무거운 문화다. 책은 오락과 휴식의 도구라기보다는 학습과 탐구의 대상이다. 책 한 권을 사는 데에도 망설이기를 거듭해야 하고, 첫 장을 펼치는 데에도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신경을 곧추 세우고 한 줄 한 줄 행간을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책도 분명 있다. 하지만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다.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읽어야 쏠쏠한 재미가 느껴지는 책도 있고, 화창한 봄날 공원 벤치에서 읽어야 감동이 배가되는 책도 있다. 지식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읽어야만 하는 책도 있지만, 재미와 휴식을 위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양서(良書)도 얼마든지 있다.

●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자

아무리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가끔은 가벼운 가요를 듣듯, 묵직한 고전 읽기를 즐기는 사람도 가끔은 가벼운 교양서를 읽는다. 책을 읽기를 생활화하겠다고 무작정 고전부터 덤비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채 알기도 전에 심오함에 질려버린다. 가벼운 교양서부터 한 권 한 권 읽어나가야 고전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책 읽기의 참맛을 느끼려면 무엇보다도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야 한다. 단어 하나 이해 못 한다고, 지루한 단락 건너뛴다고, 한 줄 읽고 딴생각 한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행복한 책 읽기는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밑줄 그을 필기도구부터 던져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전봉관ㆍ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