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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요코의 成長을 막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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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요코의 成長을 막지 말자

입력
2007.01.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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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하나 읽었다. 조금만 인용해보자.

'드디어 어머니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전쟁을 일으키려고 진주만을 공격한 건 하나도 잘한 짓이 아니야. 남편이나 아들을 잃느니, 차라리 우리나라가 지는 걸 보는 편이 낫겠다!"…"육군병원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강제로 조선인들의 논밭을 빼앗고 있다는 구나."'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

문제의 <요코 이야기(so far from the bamboo grove)> (문학동네)다.

미국에 사는 일본 할머니 요코 가와시마 ?m킨스가 쓴 책은 체험수기인지 소설인지 애매하다. 작가와 같은 이름의 열 두 살 소녀가 겪은 일처럼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니 자전적 성장소설로 해두자. 함경북도 나남(청진)에 살던 주인공 모녀가 일제 패망 때 일본으로 철수하며 겪는 고난 이야기다.

미국의 한국 교민들이 잘 지적했듯이 모녀가 고난을 겪은 대전제인 일제의 한국 강점과정이나 일제가 한국민에게 저질렀던 국가제도적 폭력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1945년 7월에 인민군이 나타나는 등 곳곳에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흠도 있다.

책의 문제점은 이 책을 학교 교재로 쓰는 것이 적절하냐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난 지역에서 나오는 신문인 보스톤 글로브에 하버드대학 코리아 인스티튜트 소장인 카터 에커트 교수가 쓴 글이 잘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 배경을 빼놓고 이 책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해 에커트 교수는 "안네 프랑크나 나치의 네덜란드 점령을 언급하지 않은 채 독일 장교 가족의 네덜란드 탈출에 동정적인 소설을 가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썼다. 이런 합리적 지적을 받아들여 지역 교육위원회는 이 시기 식민지 한국의 실상을 잘 알 수 있는 리처드 김의 <잃어버린 이름> 같은 책을 같이 가르치라고 권고했다.

동아시아의 역사를 모르는 미국의 학생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한국에서도 이 책을 없애야 할까.

글 머리에 인용했듯이 이 책은 아무리 읽어봐도 전쟁의 고통을 알려보겠다는 반전(反戰)소설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우동 한 그릇을 식구가 나눠먹었다는 식의 어려운 시절 이야기다.

이 책을 한국에서 냈다고 해서 다운돼버린 출판사 문학동네 웹사이트에 외롭게 떠있는 해명문이 눈에 들어온다. '분명 이 소설 속에는 우리와는 다른 시각이 있고 우리에게 불편한 구석도 없지 않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정도의 타자의 시선을 수용할 만큼 성숙해 있다는 믿음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요코 이야기> 의 문제점을 지적한 에커트 교수의 대표작으로는 라는 게 있다. 1991년에 워싱턴대학에서 출판돼 2004년에 일본어판이 나왔다.

한국 자본주의와 일본 제국주의의 관계를 연구한 이 책 일본어판 서문에 에커트 교수는 이렇게 썼다. '본서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에 관한 연구서다.…한국에는 본서가 일본 식민지 지배의 변명이라는 오해가 뿌리깊게 남아있다.

그건 본서의 정확한 완역판이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부정확한 번역이나 요약, 소문이 범람하고 있다는 불행한 사실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코의 성장은 일본으로 돌아간 데서 끝나 있다. 미국까지 건너간 요코, 이번 책 논란을 겪은 요코, 혹시 아버지가 전범이라면 그런 이야기까지 더 넣은 <속편 요코 이야기> 를 읽고 싶다.

신윤석 국제부장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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