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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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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풍경

입력
2007.01.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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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기 뭐해서(아내 눈치가 보여서) 가끔 터벅터벅 공공 도서관에 걸어가곤 한다. 요즈음 공공 도서관에 가보셨는가? 늘 만석이다. 무슨 이름난 맛집 순서 기다리듯 번호표를 들고 열람석 좌석이 비기를 기다려야 한다.

방학이라 아이들이 몰린 탓도 있겠지만, 아이들보다 더 많은 어른들이 목욕가방 비슷한 것들을 덜렁덜렁 들고, 까치머리를 하고, '추리닝'을 입은 채, 어서 빨리 따뜻한 열람석에 입장하길 기다린다.

이윽고 제 차례가 되어 열람석에 들어가면, 자리에 부동산중개사 시험대비 문제집을 펴놓고, 곧장 자료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8대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다(한 네 시간 정도 걸린다).

신문을 다 읽은 후, 잠깐 열람석 자신의 자리에 이십 분쯤 앉아 있다가, 다시 커피자판기를 찾아 로비로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엇비슷한 복장을 한 어른들과 담배를 피우며, 위로는 천문이요 아래로는 지리를 꿰뚫으며, 현 정세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 채 한 페이지도 풀지 못한 문제집을 다시 가방에 넣고, 우르르, 공공 도서관을 나선다. 공공 도서관에 있다 보면 때론 쓸쓸함도 공공으로 느껴진다. 아이들은 그런 우리를 '공공의 적'으로 바라보며, 열심히 수학 정석을 푼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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