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무현 대통령 신년특별연설의 골간은 해명과 반박이었다. 참여정부가 이뤄낸 성과가 왜곡되고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인 듯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미리 준비한 2시간 분량의 원고를 다 소화하지 못해 남북정상회담과 한미관계 등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언급을 생략하고, 시간에 쫓겨 남은 시간을 수 차례 확인하는 등 산만한 인상을 주었다. 반면 개헌 문제와 언론에 대한 비판은 원고에 있던 순서를 바꾸면서까지 직접 언급해 특별한 관심도를 반영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이 흔들리는 이유를 야당과 언론의 부당한 비판 탓으로 돌렸다. 노 대통령은 1시간 동안의 연설에서 여러 번 야당과 언론을 직간접적으로 거론하며 "(참여정부와 나를) 몰아붙이고, (국민을) 헷갈리게 만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성토했다. "억울하다"는 표현도 여러 차례 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몇몇 돌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을 의식한 듯 표현이 적절한지를 청중에게 묻기도 했다. 고용복지 예산이 북구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을 설명하며 "새발의 피"라고 했다가 "괜찮죠? 불안해서…"라고 말했다. 또" 골병이란 말은 괜찮냐"며 "국어하기 어렵다"고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 상당부분을 각 분야 실적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며 "넘겨받은 위기를 무난히 관리했다", "경제정책은 잘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국민평가에는 자신이 없는 듯 "처음 당선됐을 때 하나같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고 당부했는데 불행한 예측이 맞았는지 아무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자조 섞인 발언을 했다.
이날 연설은 당초 프롬프터에 뜬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 계획됐으나, 노 대통령이 판에 박은 원고 읽기는 하지 않겠다고 해 원고를 토대로 한 즉석연설로 진행됐다. 그러나 연설내용은 전체적으로 원고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즉흥적 표현도 많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에는 장관들과 공무원, 네티즌 등 250여명이 초청돼 노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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