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市측 "삭발 투쟁·權부총리 고발"
정부가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이천 증설을 사실상 불허키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 이천시가 삭발투쟁을 선포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23일 “정부가 과연 국가경제를 생각하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 방침대로 될 경우 이 정권은 하이닉스 유치에 생사를 건 이천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천시 범시민대책위원회 측도 “청주는 이천보다 인구밀도는 9.8배, 사업체(5인 이상) 수도 2.8배나 많다”면서 “26일 과천 정부사에서 수 백명이 단체 삭발해 정부방침에 반대하는 이천시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시는 이날 시민회관에서 모금행사를 갖고 권오규 부총리를 직권남용혐의로 고발하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투쟁하기로 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이천을 배제하고 거꾸로 청주를 택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만약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한다면 1,100만 경기도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정부방침을 내심 환영하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3개 라인이 모두 청주로 와야 한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2개 라인만 청주로 올 경우 또다시 소모적인 논쟁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이범구기자 goguma@hk.co.kr
■ 하이닉스 "분산증설, 최악은 면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1, 2차 청주공장 증설, 3차 이천 증설검토’ 발언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이닉스측은 24일 당정협의결과를 지켜본 뒤 정확한 회사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생각이다.
하이닉스는 ‘선청주-후이천 공장 증설’방침에 대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분위기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회사가 이천 공장 증설을 우선 추진한 것은 1만8,000평 규모의 부지를 미리 확보해놓았기 때문”이라며 “청주공장 인근에 100만평 규모의 공터가 있고 청주시가 공장증설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태세인 만큼 공사기간이 크게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 공장 증설이 사실상 불발된 데에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천에 지을 경우 기존 유휴자산 및 연구개발센터만 활용하면 됐지만, 청주공장을 증설할 경우 새로운 기반시설 확충부담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서울과 지리적으로 멀어지는 만큼 인력수급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하이닉스 이천공장은 2개 라인에서 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22만장의 D램 메모리를, 청주공장에는 낸드 플래시 월 26만장을 생산하고 있다. D램 시장점유율 15.7%, 낸드 플래시 18.5%로 각각 세계 2, 7위이다. 2005년 매출액 5조9,000억원으로 메모리 반도체 총 매출액기준 세계 2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6조원을 훨씬 상회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증설이 허용되는대로 최첨단 라인인 12인치 공정을 도입,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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