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평론가 장관' 이재정

입력
2007.01.24 01:11
0 0

내 이럴 줄 알았다. 처음부터 못마땅했다. 이재정(62) 통일부 장관 얘기다. 톡 까놓고 "나 원래 당신 맘에 안 들었어"라고 얘기하는 것이 이 정권의 스타일이라니 그런 식으로 한번 말을 해 보고자 한다.

이 장관은 오늘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한다고 한다. 또 며칠 전에는 '무조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기다 통일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한다.

● 그가 처음부터 못마땅한 이유

오케이, 다 좋다. 여기서 이 장관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를 신부나 정치인의 한 명으로 보아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고, 국무위원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그만한 것도 모르고 임명했겠습니까?"라고 했지만 정말 모르고 한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노 대통령이 그토록 혐오하는 보수언론 식으로 악의적으로 해석해서 정치자금을 대통령 후보에게 갖다 주고 유죄판결을 받고 나서 사면까지 시켜 준 뒤 보은 인사를 해준 것이라고 보는 게 세간의 통설인데 과연 그런 것 같다. 무슨 신부에 재야 대표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인사가 그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나?

이건 지나가는 얘기이고 내가 이 장관이 마음에 안 든 이유는 장관 청문회에서 시작됐다. "6ㆍ25가 남침이냐?"는 상식적인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자리에서 규정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뭐가 적절치 않고 뭘 규정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대통령도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한다는 마당에 무엇이 두려워서 대한민국 국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말을 못하겠다는 것인가.

6ㆍ25는 남침이고, 남침의 주범은 김일성이고, 김일성이 항일운동을 했지만 무슨 명목으로든 동포 100만 이상을 죽인 것으로 그 업적은 깡그리 도루묵이 됐다… 이런 얘기를 몰랐단 말인가. 감히 그런 얘기를 하면 김정일이 열 받아서 남북 관계가 꼬이고 그러면 통일에 장애가 될 것 같아서? 아니면 혹시 6ㆍ25를 북침이라고 생각했나? 도무지 난센스다.

이런 인사가 국무위원으로서 통일 교육 운운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감연히 "부시 행정부가 북한 체제 붕괴를 추구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빈곤도 북한이 핵 실험을 한 배경이다"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한다. 문제의 발단이 어디인가? 부시가 김정일을 때려잡자고 해서 문제가 시작됐는가, 아니면 김정일이 인민의 곤궁함을 무시하고 핵 무기를 개발해서 정권을 안정시키려는 욕심이 오늘 이 같은 사태를 불렀는가?

국제정치학 교수를 하든지 평론가로 나서든지 아니면 정권과 인민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설픈 박애주의자로 나서든지 셋 중의 하나를 하는 것이 본인이나 국민을 위해 바람직할 것 같다.

● 피아 구분이 그리도 안 되나?

이런 맥락에서 이 장관의 신년사는 압권이다. "우리는 북의 빈곤에 대하여 3천 억 불 수출국으로서, 세계 10위권 국가로서, 또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하여야 할 것입니다."우리가? 왜? 북의 빈곤이 누구 책임인데? 김정일 책임이다. 상식으로 보자. 북한의 정체성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첫째는 우리의 주적(主敵)이다. 북한 정권은 형제라면서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켰고, 그 이후 남한을 적대시해 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정권을 배제하고 38선 이북에 거주하는 인민을 생각하면 우리가 도울 수밖에 없는 형제이다.

그래서 딜레마가 생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적과 형제를 구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장관의 경우 피아 구분이 안 되거나, 피아 구분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이 늘 애매하다. 노 대통령과 김정일이 마주 앉아서 서로 통하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면 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막연한 꿈을 꾸는 사람이 일국의 장관이라니 정말 한심하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