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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인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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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인기 왜?

입력
2007.01.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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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 시트콤 <거침 없이 하이킥> 의 기세가 거침 없다. 방영 초반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22일에는 드디어 20%를 돌파(TNS기준 전국 21.5%, 수도권 24.4%)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질주의 중심에는, <순풍 산부인과> (1998) 이래 변화하는 가족상과 그 안의 권력 관계에 천착해온 김병욱 PD가 섬세한 관찰을 바탕으로 빚어낸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자리잡고 있다. 절대 강자나 약자 없이 물고 물리는 캐릭터들의 관계를 통해, <거침 없이 하이킥> 의 매력을 들여다본다.

● 종이 호랑이 순재

며느리가 재정을 책임지고, 살림은 아내가 한다. 또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기기에 무지해 아들, 손자가 없으면 문자 한 통도 못 보낸다. 순재(이순재)는 3대 대가족의 가장이지만, 사실 가족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 아내 문희(나문희)처럼 살가운 정도 없어 자식들과 잘 섞이지도 못한다. 좋았던 옛날의 버릇이 남아 여전히 자식ㆍ손자들에게 큰소리를 뻥뻥 치지만, 실속도 없고 가족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아버지. 순재에게는 가족 내 ‘일인자’에서 어느덧 힘없는 남자가 된 요즘 아버지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 자식이 힘 문희

문희는 힘이 없다. 남편은 늘 소리만 질러대고, 실권자 며느리는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 그런 문희의 버팀목은 아들 준하(정준하)와 민용(최민용). 또 바쁜 며느리대신 가사를 전담하는 문희가 없으면 가족들은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과거의 ‘호랑이 시어머니’는 아니지만, 자식들과 더불어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는 문희는 요즘 우리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 다만 문희도 민용의 여자친구 민정(서민정)은 껄끄럽다. 겉보기엔 유순하지만 빌려준 돈 받겠다고 눈 오는 날 몇 시간씩 집 앞을 지키는 민정은 매사에 얼렁뚱땅 넘어가는 문희와 상극. 민용이 민정과 결혼이라도 하면 문희의 시집살이(?)는 더 심해질 듯 하다.

●해미의 천적은?

뛰어난 수완으로 온 가족의 밥줄인 한의원을 키운 맏며느리 해미(박해미)는 <거침 없이 하이킥> 의 ‘실권자’다. 시부모와 실업자 남편 준하 모두 그녀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시동생 민용은 예외다. 형수가 ‘도련님’을 휘어잡기란 힘들고, 민용은 직장도 있어 아쉬울 게 없다. 또 사리 분별을 따지는 해미의 이성적인 화법은 옳고 그름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민용에게 통하지 않는다. 물론 해결책은 있다. 민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미는 남편 준하를 ‘배후 조종’해 속을 푼다.

●약자이자 강자

손자 민호(김혜성)와 윤호(정일우)는 가족 내에서 힘이 없다. 그러나 순재 가족은 이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해미는 아들들의 공부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 가족들은 둘의 성적 변화에 일희일비한다. 권위적인 아버지는 종이 호랑이가 되고, 아들 대신 며느리가 집안을 떠받치며, 고교생 손자들의 공부에 맞춰 집안 살림 규모를 짜는 가족. <거침 없이 하이킥> 에는 급변하는 한국 가족의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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