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에 처해진 8명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법원이 전원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당시의 수사ㆍ재판이 총체적으로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신문조서 진술서 등 모든 수사 관련 서류의 증거능력이 배척된 만큼 북한의 지령을 받아 공산혁명으로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어마어마한 혐의 사실 자체도 한낱 조작된 허구로 최종 판명지어졌다.
뒤늦게나마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면서, 그 오랜 세월 말 못할 고통과 한을 견뎌온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와 축하를 표한다.
비록 법적으로는 이번에야 마무리됐지만 이미 의문사진상규명위, 과거사위, 과거 수사주체였던 국가정보원 등은 이 사건에 대해 '권위주의 정부 시절 자행된 권력의 오ㆍ남용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일찌감치 규정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정치권력에 사법부마저 예속돼 그 시녀 역할에 급급했던 부끄러운 역사의 재확인이다. 그 부끄러운 대상에는 수사 과정서부터 선고 이튿날 전격적으로 사형이 집행된 야만적 '사법살인'이 저질러지기까지 한 마디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우리 언론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재심 결과는 우리 현대사의 또 하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 일로 새삼 생각케 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누구에 의해서도 훼손되어서는 안될 인권의 절대적 존엄성이다.
우리가 그토록 숨가쁘게 달려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도정은 모두가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지금 첨예하게 갈려 대립하는 보수ㆍ진보론자들의 궁극적 목표 또한 다를 것이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의미를 모두들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다만 분명하게 지적돼야 할 것은 역사에는 언제나 음지와 양지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사 정리와 청산이 자칫 우리 현대사의 전면 부정으로 번져 또 다른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