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신년 하례회 겸 월례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다. 2005년 6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재계총리인 전경련의 수장 자리를 놓고 주요 그룹 회장들이 하나같이 고사(固辭) 의사를 밝히고 가운데 이 회장의 이번 모임 참석은 차기 회장 추대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23일 "2년 임기의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직접 나오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였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신년 인사차 덕담을 나누기 위한 것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더욱이 모임장소가 계열사인 신라호텔인 만큼 호스트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 회장의 차기회장 교통정리설에 대해서도 "한 마디로 낭설"이라며 "차기 회장 선임 문제는 회장단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지 이 회장이 나설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의 설득으로 차기 회장을 전격 수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은 창조 경영을 구체화하기 위한 그룹 내부 일이 너무 많은데다,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어야 하는 만큼 국내에서 더 이상의 직함을 맡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회장단 회의에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회장을 제외하고 19명의 회장단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 공판 등과 관련해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 왔고, 최태원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차 출국했다.
구본무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전경련 주도로 이뤄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서 반도체사업을 옛 현대그룹에 넘겨준 이후 거의 모임에 나오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25일 회장단 회의를 거친 뒤 다음달 9일 정기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로는 조석래 효성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김승연 한화회장이 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룹내 사정을 들어 회장직 수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현 강신호 회장도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싸고 차남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등 악재가 많아 연임가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강 회장이 집안 문제로 재계와 여론으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 대안부재론을 내세워 3연임하거나, 차기정권 출범 때까지 한시적으로 1년간 회장직을 더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
경련 관계자는“강 회장이 결단을 내려 용퇴하고, 특정 그룹 총수가 회장
단의 삼고초려로 전격적으로 차기회장에 추대될 수도 있다”면서“하지만
현재론 강 회장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쪽이 우세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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