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요금소 부근. 황모(52)씨와 서모(45)씨 일행이 서행하던 정모(35)씨 차량에 접근했다. 황씨는 길을 물어 보는 척하며 갓길로 정씨를 유인한 뒤 자신을 인천국제공항 세관원 반장과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압수한 3,000만원 짜리 일제 혼마 골프채를 직접 낙찰받았는데 급전이 필요해 싸게 팔려고 한다”며 정씨에게 구입을 권유했다. 정씨는 600만원에 골프채를 샀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30만원 짜리 중국산 ‘짝퉁’ 골프채였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40여차례에 걸쳐 2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물품송장 수입신고서를 보여 주며 골프채를 공항에서 정상적으로 공매받은 것처럼 속였다. 또 존재하지도 않는 ‘○○공항정보’ 직원 신분증을 보여 줬고 ‘대포폰’ 번호를 알려 주며 상대를 안심시켰다. 이들은 현장에서 텔레뱅킹을 이용해 ‘대포통장’으로 돈을 넣도록 한 뒤 은행에서 대기하던 일행이 인출해 곧바로 달아났다. 피해자가 나중에 속았다는 것을 알아도 잡을 방법이 없었다.
범행 대상은 고급 승용차 운전자였다. 서씨 등은 지난해 10월 송파구 방이동에서 그랜저XG 승용차를 대놓고 자녀의 하교를 기다리던 박모(50)씨에게 접근해 남대문시장에서 산 30만원 짜리 골프채를 800만원에 팔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3일 서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휴게소 등에서 짝퉁 골프채를 속여 파는 사기단이 전국적으로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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