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외국기업이 국내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까.
말만 거창했던 농협 중앙회가 현대 유니콘스 프로야구단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한국계 외국기업인 ‘프로스테이트 홀딩 컴퍼니’가 현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재무구조 파악후 이사회서 논의…10일내 판가름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23일 “어제 오후 6시께 캐나다에서 전화가 와 ‘현대 인수에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자격만 갖춘다면 외국기업도 관계 없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쌍방울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몇몇 외국 기업들이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KBO 고위 관계자들이 안정적인 팀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720억원 vs 20조원
프로스테이트 홀딩 컴퍼니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2,000만달러(약 180억원) 규모의 건물 60개 정도(총 12억달러ㆍ약 1조1,000억원)를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수익은 세금을 제외하고 8,000만달러(약 720억원)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KIA 야구단의 모기업인 KIA자동차는 2006년 총 19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만 8,000만달러라고 말한 ‘프로스테이트 홀딩 컴퍼니’와 단순히 ‘덩치’만 비교하면 30배 가까이 된다.
KBO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신규 구단이 들어올 경우 기존 구단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7개 구단이 파트너로 인정해줄지 의문이다. 기업으로서는 자신들과 ‘위상’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10년만 운영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23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인수대금(약 134억원)과 1년 운영비(약 200억원)는 감당할 수 있다.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만큼 야구단 운영에 매력을 느낀다”면서 “적어도 10년은 운영할 수 있다. 향후 구단 가치가 올랐을 때 재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 일정기간 후 재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 KBO 관계자는 “그 회사가 어떤 기업인지도 잘 모르는 마당에 성사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말로 야구단을 인수할 의지와 여력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내로 판가름
이 회사는 25일(한국시간) 이사회를 통해 현대 인수 의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2월4일 실무진이 한국을 방문해 KBO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KBO는 오는 31일 8개 구단 사장단 모임인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외국기업의 국내 프로야구단 진입 등 ‘현대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일성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기업의 수익이나 재무 구조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 만큼 관련서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서류가 오면 다각도로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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