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호(工和ㆍ파이팅)!"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시 메리어트 호텔에 모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을 비롯한 두산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46명은 중국전통 복장인 '탕쭈앙'(唐裝)을 입고 이렇게 외쳤다.
두산이 CEO 회의를 해외에선 연 것은 처음. 올해 경영 화두인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와 현지화의 합성어)을 실천하기 위해 유병택 ㈜두산 부회장, 이남두 두산중공업 사장,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전 계열사 CEO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참석했던 한 CEO는 "우리 바로 옆에 이렇게 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룹 총수들이 계열사CEO들을 대동하고 해외에서 전략회의를 여는 일이 잦아졌다. 해외시장 현지에서 개최하는 CEO전략회의를 글로벌경영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삼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 부회장도 지난 11~12일 중국 칭다오에서 식품부문 아시아지역 법인장 등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롯데 아시아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창사 이래 해외에서 열린 첫 전략회의에서 신 부회장은 중국 등 동남아 유통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내 동남아 지역본사설립을 지시했다.
작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계열사 CEO 20여명과 함께 세미나를 개최했다. 베트남은 SK그룹이 중국에 이어 또 하나의 내수시장으로 공략하려 거점이다.
이에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지난해 8월 베트남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 및 10여개 계열사 사장들과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이재현 CJ회장도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 40여명과 함께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CJ는 2005년에도 로스앤젤레스와 싱가포르에서 CEO회의를 연 바 있다.
해외 CEO전략회의의 원조는 삼성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경영진과 함께 프랑크푸르트 런던 오사카 도쿄 등을 돌며, "자식과 마누라 빼곤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주창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전자계열 사장단을 중심으로 해외 경영전략회의를 자주 열어왔다.
김 진 두산 사장은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해외로 나가지 못하면 국내시장마저 글로벌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최근 그룹들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밖으로 나가야 생존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CEO부터 현장에서 글로벌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게 요즘 재계 분위기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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