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북미 접촉의 결과를 6자회담 성과로 연결시키려는 북미간 물밑 작업이 베이징(北京)에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남북한 6자회담 대표가 23일 오전 베이징에서 접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22일 낮 12시께 베이징에 도착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측에 베를린 회동 결과를 전하고 차기 6자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3시간 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베이징 공항에 내렸다. 앞서 전날 베이징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8시께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핵심 당사자들인 남북한과 미중의 엇갈린 만남이 이어진 것이다.
이로써 베를린 회동의 당사자인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은 각기 한국_일본_중국과 러시아_중국을 돌면서 차기 회담에서 무엇을 얻겠다는 의사를 관련국들에게 전하는 수순을 마쳤다. 북미 양측은 베를린 회동 논의 사항을 제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설명해 각기 유리한 회담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큰 줄기는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동결계좌의 해법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회담에서 북핵 폐기의 초기 조치로 핵 동결을 원하는 미국과 선(先) BDA 해결후 핵 폐기 논의로 맞선 북한간의 타협을 시사하는 것이다. 힐 차관보가 이날 베이징을 떠나면서 “6자회담의 진전의 토대가 이룩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와 관련 미측이 BDA 북한 동결 계좌 5~6개(750만~1,200만달러)를 풀 것이라는 등의 관측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김 부상은 이날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사실상 차기 회담 일정을 내달 둘째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일정은 이르면 이번주 발표된다.
소식통들은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초기 동결 조치에 응하고, 미국식 절차에 따라 BDA 동결 계좌를 선별적으로 해제하는 수순을 점치고 있다. 물론 1994년 제네바 합의 수준에 그칠 수 있는 단순 핵 동결을 원하지 않는 미국은 전면적인 핵시설 신고 등 폐기의 고리를 차기 회담에서 얻고 싶어하고, 북한은 신속하고도 폭넓은 BDA 계좌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해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이런 갈등의 증폭을 우려하는 중국과 한국은 일정정도의 완충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남북한 접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접촉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김 부상이 예정보다 2시간여 늦게 베이징에 도착하는 바람에 당초 남북한 및 중국간 접촉 일정이 어수선해졌다는 후문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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