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히 많은 객실을 가진 무한 호텔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도착한 당신은 빈 방을 찾을 수가 없다. 지배인은 “객실이 꽉 찼다”고 말한다.
“객실이 무한히 많다면서요.” 당신은 이렇게 따져보지만 지배인의 대답은 한결같다. “네, 객실은 무한히 많습니다. 그러나 객실에 모두 손님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유한 호텔’로 발길을 돌려야 할까? 당신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그럼 이렇게 해봅시다. 1호실 손님을 2호실로 옮깁니다. 2호실 사람은 3호실로, 3호실은 4호실로, 이렇게 계속 무한히 계속합니다. 이 호텔에는 무한한 객실이 있으니 모든 손님을 옮길 수 있겠죠? 저는 1호실을 쓸게요.”
지배인의 말과 당신의 말은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무한의 속성이다. 과학저술가 애머 D 악첼이 쓴 <무한의 신비(the mystery of the aleph)> 는 파고들수록 숨이 막히는 무한의 경이와, 그 덫에 빠져든 수학자들의 이야기다. 무한의>
무한의 개념에 처음 접근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다. “발 빠른 아킬레스가 앞선 출발선에서 출발한 거북이를 절대 앞지를 수 없다”는 패러독스로 유명한 제논(기원전 495~435)은,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던 곳까지 가는 동안 거북이는 다만 얼마라도 전진하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함으로써 이 패러독스를 구성했다. 사실상 이 패러독스의 이면에는 무한히 많은 단계를 더해도 더한 값은 유한한 수가 나온다는 수렴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또 수를 사랑했던 피타고라스(기원전 569~500)와 그 학파 일원들은 소수점 이하의 숫자가 끝없이 계속되면서 분수로 표현할 수도 없는 ‘무리수’의 존재를 발견했다. 또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212)와 에우독소스(기원전 408~355)는 원, 원기둥 등을 무한히 작은 양으로 쪼갬으로써 면적이나 부피를 구하는 아이디어를 내 미적분학의 기초를 닦았다.
현대에 들어 무한에 빠져든 대표적 수학자는 게오르크 칸토어(1845~1918)다. 이 책도 칸토어의 수학적 발견과 일생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칸토어는 무한의 수준에도 다른 단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무한한 수들의 집합인 정수, 유리수, 실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리수는 정수를 포함하고, 실수는 유리수를 포함하므로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수와 유리수의 모든 원소들이 각각 1대1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정수와 유리수는 같은 정도의 무한함(이를 농도라고 부른다)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리수와 무리수를 포함한 실수는 정수와 1대1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실수라는 무한집합의 농도는 유리수보다 더 짙다. 이를 증명해 낸 것이 바로 칸토어였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갸웃하게 만드는 무한의 신비에 잠시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너무 깊이 파고들지는 말라고 권한다. 정신병원에서 일생을 마감한 칸토어를 비롯해 ‘무한’에 천착한 이들의 말로는 그다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현용 승영조 옮김. 2002년 승산 발행.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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