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신당파 입장에서 당 사수파를 향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하고 있다. 법원의 당헌 개정 효력정지 결정을 계기로 ‘기득권 세력’‘구정치’등의 표현을 쓰며 사수파를 몰아붙이고 있다.
이는 우선적으로 사수파에게 29일 중앙위원회의 당헌 개정 재의결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의미다. 하지만 결국 탈당을 위한 명분 쌓기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전날에 이어 22일에도 사수파를 맹공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당이 무너진 핵심에 세계 정당 사상 유례 없는 신판 구정치가 있었다”며 “우리당의 한계 중 하나가 기간당원이 기득권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수파를 ‘소수의 고립주의자’‘개혁 모험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이들에게는 개혁이란 말을 붙이기도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그동안 기간당원제의 실패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없었다”며 “개혁으로 치장한 기득권 세력이 당을 혼란으로 이끌고 있다”고 기간당원제 폐지에 반대하는 사수파를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지분에 몰두하면서 당을 국민과 멀어지게 만든 일부 세력이 있다”며 “이들이 기간당원제를 고집한다면 수구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의장은 “당내 합의를 위해 마련한 토론 과정을 외면하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더 이상의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엄중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일부 강경 탈당론자와 사수파 등 양극단을 모두 겨냥한 말이지만 사수파 비판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도부가 이처럼 유례 없이 강경한 표현으로 사수파를 비난한 것은 중앙위에서 당헌 개정을 무사히 의결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신당파라는 점에서 사수파와의 결별을 준비하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사수파와 같이 가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탈당을 통한 통합신당 창당의 방향으로 가기 위해 명분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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