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을 둘러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감정 싸움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이 전 시장은 20일 한 강연에서 “나처럼 애를 낳아 봐야 보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고, 고3 네 명은 키워 봐야 교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 확전을 피하려는 듯22일 박 전 대표에게 사과했다. 이 발언은 미혼인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그런 인신 공격, 여성 비하 발언이야말로 네거티브”라면서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2, 3년 전부터 강연에서 저출산과 관련해 여러 차례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엔 특별한 의미로 보도된 것을 보고 놀랐다”며 “특정인을 염두에 두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그렇게 비쳤다면 대단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 전 시장이 말보다는 경험과 실천이, 생각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든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 도중에 이 전 시장의 사과 소식을 들었다. 그는 하지만 “그런 것(이 전 시장의 보육 발언)이 네거티브”라며 냉랭하게 받아쳤다. “수녀님도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고3 교사들 중에도 결혼 안 한 분이 많지 않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여의도 개인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런 논리대로 하면 군대 안 갔다 온 남자는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냐”며 거듭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또 “‘보육 말할 자격이 있느냐’, ‘여자라 안 된다, 시기 상조다’ 등 인신 공격적으로 나오고 여성 비하 발언을 하는 게 네거티브”라며 “당의 성공을 위해 검증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원칙을 이야기한 것인데 상대쪽에서 과민하게 반응하며 검증 문제를 이런 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의 반응을 전해 듣고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면 내 잘못이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다시 사과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