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자살한 한 유명 연예인의 죽음을 계기로 사이버 공간의 '악플(惡+replyㆍ악성 댓글)'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고인은 자신이 실린 기사에 달려있는 무분별한 악플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어제 오늘 사이에도 인터넷에서 고인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악플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입장을 바꿔 내가 악플의 대상이 된다면 기분은 어떨까. 22일 취재차 고인의 빈소에 다녀오면서 1년 전 겪었던 악플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기자는 HID램프(가스방전식전조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HID램프는 밤에 마주 오는 운전자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한 빛을 내는 자동차 전조등을 말한다. 사고 위험성은 물론 불법 개조한 것이서 당연히 단속 대상이다.
인터넷 포털에서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이게 무슨 기사냐"는 댓글은 애교로 봐줄 만했다. 튜닝을 즐겨 하는 네티즌으로부터 "검사기관에서 얼마 받아 처먹었냐" "네 놈의 차를 폭파시킨다"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험한 글들이 꼬리를 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문제의 본질은 제쳐둔 채 왜 인신공격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있다고 욕설만 쏟아낸다면 분풀이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기사를 다시 곱씹어보도록 한 것은 이메일로 보내온 독자의 의견이었다.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이런 점은 기사에서 더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렇습니다" 등 태도가 달랐다. 익명의 가면을 벗고 글쓴이가 자기를 밝힐 때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법 또한 정정당당해야 한다. 마구잡이로 휘갈기는 악플은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줄 뿐이다. 그런 악취미를 가졌다면 당장 치우기를 바란다.
사회부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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