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부재론’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연임이 유력시되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아들과의 경영권 분쟁에 이어 이번에는 40년 동업자와도 갈라서게 됐다. 이처럼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강 회장의 전경련 회장 연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함께 ‘재계수장으로서 능력과 덕을 겸비한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에 확산되고 있다.
22일 동아제약과 재계에 따르면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신호 회장과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앞 다퉈 지분 확보 경쟁을 펼치면서, 지분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강문석 대표는 이날 아버지의 40년 동업자로 동아제약 지분을 2.6% 보유한 유충식 부회장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였다고 공시했다. 유 부회장은 1963년 강신호 회장과 함께 동아제약의 세기적 히트 상품인 박카스를 탄생시킨 주역인데, 강신호 회장측은 그 동안 유 부회장 지분을 자신들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했다.
유 부회장이 등을 돌리게 된 것은 강신호 회장측의 퇴직요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문석 대표는 유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특수관계인으로부터 1.18%의 지분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강문석 대표측 지분은 기존 10.93%에서 14.71%로 올라간 반면, 강 회장측 지분은 9.54%에서 6.94%로 감소했다.
동아제약 주변에서는 표면상 아들의 지분의 많아지기는 했으나, 3월 주주총회에서의 승자를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워낙 숨겨진 지분이 많은데다가, 8%에 이르는 자사주와 미래에셋(8.42%), 한미약품(6.27%)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형(강문석 대표)을 제치고 후계자로 낙점된 강정석 전무도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며 “강 회장측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아들ㆍ동업자와 벌이는 지분경쟁에도 불구, 아직까지는 강신호 회장의 전경련 회장 연임가능성이 높은 상태. 전경련은 오는 25일 회장단 회의와 내달 2일 이사회를 거쳐 차기 회장을 확정할 계획인데, 현재로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고사하고 있는 상태다.
처음엔 ‘대안부재론’을 들어 강신호 회장의 연임을 수긍하던 재계도 이젠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서서히 개진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계 대표기구로서 추락한 전경련의 위상을 높이고 정권 말 각종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하려면 모든 면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새 리더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조석래 효성그룹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등이 차기 전경련회장 후보로 다시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에 대해 의사타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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