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땅속에는 텅 빈 곳이 많았다.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도 종종 깊이를 알 수 없는 석굴이 있는 것을 보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 더러는 오랜 세월을 지나서 돌이 깎이고 흙이 무너지면 텅 빈 속에서 소리가 진동한다. 이것이 지진이 되는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 에 나오는 지진에 대한 설명이다. 성호사설>
이익은 당시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설파할 정도로 선각자였지만, 체계적 과학 지식이 없었던 만큼 지진에 대한 이해는 웃음이 나올 정도다. 액체 상태의 맨틀 위에 떠 있는 지각판의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지진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 반면 기원전 600년 전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지구가 평평한 대양 위에 떠 있는 평평한 판이며, 지진은 물의 파동이 땅에 영향을 미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근세까지도 지진을 신의 분노 정도로 생각한 통념에 비하면 수 천년을 앞서는 과학적 접근이다. 탈레스가 인류 최초의 과학자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지진의 규모를 재는 국제적 기준을 처음 제시한 학자는 찰스 리히터이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지진연구소에서 일하던 그는 별의 밝기를 매기는 등급에 착안해 지진의 에너지 크기를 진원의 깊이, 거리를 감안해 지수화했다.
△ 리히터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지진에서 방출한 에너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규모 1의 차이는 방출 에너지가 32배, 규모 2의 차이는 1,000배가 높아진다. 리히터 규모는 진앙의 에너지만 설명하기 때문에 각 위치에서 느끼는 상대적 강도, 즉 진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20일 저녁 강원 평창군 도암면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4.8로 진앙에서는 원자폭탄 1개가 터진 정도의 폭발력이었다. 그러나 내륙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대구, 부산에서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은 컸다.
△ 한국지질연구원은 수 년 내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했다. 일본 서쪽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약 2년 뒤 우리나라 내륙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관측에 근거한 것이다. 대지진에 의해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 이야기를 다룬 일본영화 <일본 침몰> 이 국내에서도 개봉된 적이 있었다. 일본>
이 영화를 보면서 혹시나 야릇한 ‘쾌감’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일본이 그렇게 되면 한반도도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시 두 나라는 일의대수(一衣帶水) 관계이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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