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만 해도 한국 축구 유망주들의 꿈은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잉글랜드 등 유럽 빅리그 중 한 곳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7년 현재 한국 축구선수들의 지향점은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집중해 있다. 최근에는 이동국이 미들스브러행을 사실상 확정지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경험한 이천수마저 잉글랜드 위건행을 준비 중이다. 한국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최고 중의 최고이기 때문이다.
돈이 몰린다.
소위 3대 빅리그라 불리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중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2005~06시즌 관중 통계를 보면 프리미어리그는 총 380경기에 1,287만2,613명이 입장, 경기당 평균 관중이 3만3,875명으로 스페인(29,029명), 이탈리아(21,968명)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관중과 함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TV중계권료에 있어서도 프리미어리그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AFP통신에 따르면 2007~08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의 3시즌 해외 중계권료가 약 1조1,551억원에 달한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는 시장 가치 면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이미 넘어섰다. 프리미어리그의 시장 가치가 급상승하다 보니 거대 자금들이 속속 프리미어리그로 몰리고 있다.
첼시는 2003년 러시아 석유재벌 아브라모비치에 5,900만파운드(1,066억원)에 팔렸고, 세계 최고 부자구단인 맨유는 2005년 미국인 사업가 말콤 글레이저에게 7억9,000만파운드(1조4,266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팔렸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부호 알렉산더 게아다막이 포츠머스를 1,500만파운드(271억원)에 인수했다. 프리미어리그는 구단 운영의 규제 장벽이 상대적으로 얇고 높은 소비력의 영국 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빅리그 중 가장 높은 수익 구조를 올릴 수 있다.
천재들의 집합소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비결은 간단하다. 가장 화려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들이 하나둘 잉글랜드 무대에 서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지단, 피구,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전성기였지만 중반 이후 흐름은 급격히 프리미어리그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주름잡았던 안드리 셰브첸코가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대 이적료(3,000만 파운드)를 기록하며 첼시로 옮겼고 독일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미하일 발락도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차세대 에이스’의 선두주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가 맨유에서 뛰고 있고 현역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티에리 앙리, 공격형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람파드 등은 프리미어리그를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드는 별들이다.
맨파워는 성적으로 직결된다. 올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팀들 중 최다인 4개팀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다. 모두가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 포항 "이적료 포기"
포항 스틸러스가 이동국(28)의 유럽 진출을 위해 이적료 포기라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이동국의 이적을 놓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러와 협상을 벌여 온 포항의 김현식 사장은 22일 “아직 계약이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이적료 없이 이동국을 보내고 국내로 복귀할 때 반드시 포항으로 돌아온다는 큰 원칙에 양 구단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김 사장은 “미들스브러가 이동국을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때 이적료의 50%를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포항은 그동안 이적료를 둘러싼 양 구단의 이견차로 이동국의 미들스브러 입단설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포항은 ‘이동국의 명성에 걸맞는 이적료를 받겠다’는 원칙 아래 가이드 라인으로 100만파운드(약 18억원)를 제시했지만 미들스브러는 포항의 기대에 훨씬 밑도는 이적료 20만파운드선을 제시해 견해차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김정민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현황 및 운영방식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1992~93시즌에 출범했다. 지난 1888년 12개 구단으로 시작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는 1991년에는 30개 구단으로 늘어났지만 리그의 수준 저하를 막고 명실상부한 최고 리그를 만든다는 취지에서 1992~93시즌부터 EPL을 출범시켰다.
EPL 정규시즌은 각 구단간의 홈앤드어웨이 맞대결 방식으로 운영된다. 1992~93시즌부터 3시즌 동안 22개 구단이 참가했지만 1995~96시즌부터 20개 구단이 참가, 팀당 38경기를 치르고 있다.
EPL은 유럽의 다른 리그와 마찬가지로 승강제를 기본으로 운영된다. 하위 3개팀은 챔피언리그(2부)로 떨어지고 챔피언리그의 상위 3개팀이 EPL로 올라온다. 14시즌 동안 단 한차례도 2부 리그로 추락하지 않은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리버풀, 애스턴빌라, 에버턴, 토트넘 홋스퍼 7개 구단에 불과하다.
14시즌 동안 가장 많은 우승컵을 안은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997~98시즌부터 2000~01시즌까지 3연패를 비롯해 모두 8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아스널이 3회, 첼시가 2회로 뒤를 잇고 있다. 역대 통합 승점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568경기에서 1,200점으로 1,058점의 아스널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EPL 최다골 기록 보유자는 2006년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은퇴한 앨런 시어러. 시어러는 블랙번과 뉴캐슬을 거치며 441경기에 출전, 260골을 터트렸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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