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안정을 겨냥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무차별적 '돈줄 죄기'가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도 전에 가계와 중소기업을 압박하며 은행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택담보 등 안전자산 위주의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 재미를 본 은행들이 이번엔 과잉유동성 축소 정책에 편승해 또 다른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가계 발 금융위기' 위험을 촉발한 정부와 금융권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서민층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4.43%로 6월 말 대비 0.06%포인트 올랐으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5.69%로 0.21%포인트나 급등했다. 평균 상승폭 격차가 3.5배였던 예대금리는 더욱 벌어져 국민은행처럼 7배나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10월 말에 비해 최근 금리는 0.40%포인트 정도 급등했다.
은행권도 할 말은 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결정구조가 달라 금리격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워낙 엄격해 별로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따지려면 예금금리의 기준인 콜금리를 동결하면서, 대출금리를 좌우하는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한 한은에 물어보라는 볼멘 소리도 한다. 수년간 과잉유동성을 방치하다가 돌연 방향을 선회해 소나기식 긴축처방을 내놓는 금융 및 감독당국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은행권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장사가 은행의 배 불리기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35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부가 80%임을 감안하면, 가계의 연간 추가 이자부담은 7,000억원을 웃돈다. 지난해 차입금을 급속히 늘린 중소기업이 느낄 금리압박은 측정조차 힘든다.
이는 결국 소비위축과 투자감소로 이어져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을 위험성이 크다. 금융의 공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켜 경제의 핏줄 역할을 다하겠다던 은행권의 새해 다짐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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