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중단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DDA) 협상 재개의 최대 관건인 농업협상 타결에 근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미국과 EU가 이번 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앞두고 일련의 각료급 회동과 주말 고위급 접촉을 통해 협상에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EU는 비공개 회동을 통해 미국산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세율을 최소 54%로 인하할 것을 제안했으며, 대신 미국이 농업 보조금 상한을 170억달러로 낮춰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제안만으로도 큰 진전이 이뤄진 셈이지만, 양측은 농업관세와 보조금을 더 낮추는 방안까지도 모색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4일 전부터 시작된 이번 협상의 내용 중에는 쇠고기와 낙농 제품 같은 민감 품목에 대해 의견 차이를 좁히는 방안에 대한 기술적인 토론도 이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EU 고위 관계자도 “양측의 회동이 건설적이었다”고 말했으나 “확실한 결론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U는 농산물 관세 인하를 반대하는 프랑스를 설득해야 하고, 미국은 부시 행정부가 보호무역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만약 FT의 보도대로 이번 각료회담을 전후로 농업 분야에서 의견 접근이 이루어져 3월까지 결정적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부시 행정부는 의회를 설득해 6월에 종료되는 대통령의 ‘신속협상권(TPA)’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WTO 회원국들은 하반기 전 분야에 걸친 세부 쟁점들을 타결하고 내년 초 최종 마무리를 짓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부시 행정부도 내년 대선을 의식해 DDA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PA가 연장되지 않으면 다른 WTO 회원국들은 합의가 되더라도 추후 미 의회가 뒤집을 가능성을 우려해 대미 협상을 꺼리게 돼 DDA 협상이 끝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글로벌 무역ㆍ투자의 성장이 제한될 뿐 아니라 다자 체제의 신뢰도가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 결국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움직임이 가속화해 개도국 및 저개발국이 더욱 불리한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다보스포럼 기간 중인 27일 열릴 소규모 통상각료 회담은 DDA 협상의 본격 재개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DDA 회생안이 집중 논의될 이번 회담에는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포함한 30개국 통상 각료들과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참석한다.
DDA 농업협상 주요 쟁점
- 농산물 관세 인하 (미국, EU, 개발도상국에 모두 해당)
- 미국 농업보조금 삭감
- EU가 쇠고기, 낙농품목 등에 대한 관세 인하 예외 인정 요구
DDA 협상 일지
-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 WTO 제4차 각료회의, 다자 무역협상 합의
-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 각료회의, 개도국 대표 퇴장으로 결렬
- 2004년 7월 제네바에서 협상 재출발
- 2005년 7월 영국 글렌이글스 G8회담, DDA 타결의지 천명
- 2005년 12월 홍콩 각료회의 진전 없이 종료
- 2006년 7월16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G8 정상회담, 타결의지 재천명
- 2006년 7월24일 스위스 제네바 주요국 각료회담 결렬
- 2006년 9월10일 브라질 리우 각료회의서 협상재개 합의
- 2007년 1월8일 부시 미 대통령과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협상 재개 위한 회담
- 2007년 1월27일 스위스 다보스 통상각료회담에서 DDA 회생안 집중 논의 예정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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