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 담합’ 의 사례로 거론했던 보건복지부의 ‘건강투자 전략’ 발표와 관련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 16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직후 복지부가 전날 발표한 ‘국가비전 2030에 부응하는 건강투자 전략’에 대해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내용에 대해 왜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했느냐”며 유 장관을 질책했다. 복지부의 ‘건강투자 전략’은 관계 장관회의는 물론 총리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아 발표 전까지 총리 등이 그 내용을 거의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구체성이 결여된 정책을 발표할 경우 정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 독단적으로 정책을 처리한 데 대해 질책한 것”이라며 “한 총리는 내각 중심에 서서 국정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10월 당시에도 신도시 추가 건설 계획을 조율 없이 발표한 추병직 건교부 장관을 질책하며 “부처간 협의를 확실히 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권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한 총리가 최근 ‘국정 장악’ 을 강조하는 데 대해 미묘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리를 제치고 대통령에게 직보한 장관을 질책한 것은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이회창 전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정치적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대통령이 ‘언론 탓’을 한 직후 총리가 같은 사안에 대해 ‘장관 탓’을 하며 질책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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