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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좋은 결심이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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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좋은 결심이 실패하는 이유

입력
2007.01.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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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양의 수필 중에 그런 제목으로 일상의 우리 마음을 다룬 게 있다. '좋은 결심은 왜 실패하는가?' 꽤 철학적이면서도 사회학적이고 논리학적인 역설의 지혜가 스며 있는 화두로 들린다. 때론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서양의 경구 중에는 '좋은 일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것도 있다.

좌절감보다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인간의 정치 사회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다. 그에 비하면 앞에 든 수필의 제목은 자못 희망적이다. 실패하는 이유를 안다는 말은 성공의 방법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 목표를 너무 강적으로 생각해서

기억을 더듬어 서양 수필가의 익살을 되살려 보면 이렇다. 새해부터 금연을 계획했다고 치자. 좋은 결심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만큼 각오는 더 견고해야 한다. 독하게 마음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담배를 최대의 적으로 생각한다.

어떤 유혹도 단호히 물리쳐야 한다. 담배 연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은 건강에 무지몽매하거나 금연을 실천 중인 아군을 골탕먹이려는 나쁜 이웃일 뿐이다. 연기 냄새만 퍼지려 해도 숨을 멈추고, 담뱃갑을 손에 쥔 사람만 나타나도 애써 외면한다. 순간순간을 이렇게 치열하게 보낸다고 하자.

하루 이틀, 길어야 사나흘이면 슬슬 지치기 시작할 것이다. 순조롭던 생활의 매 순간이 모조리 담배와의 전투 시간으로 변하고 말았으니 어찌 고단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며칠을 겪고 나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조금씩 자기 자신을 위로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어려운 싸움을 며칠째 무사히 수행해 내고 있는 자신이 기특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숱한 나날을 그런 방식으로 살아야 할 처지가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딛는 발 한걸음, 손동작 하나가 담배를 향해 적대감을 표시한다. 어느새 지친다.

결국 담배에 지고 말지만, 태도는 당당하다. 애당초 이기기 어려운, 혹은 이길 수 없는 한판이었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는다는 일은 보통사람에겐 극히 어려운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금연은 좋은 결심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토록 힘든 싸움이기 때문에 지는 일도 당연하다. 바로 그것이 좋은 결심이 실패하기 쉬운 이유라는 교훈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부연해서 설명하면, 좋은 결심이 실패하는 까닭은 그 목표를 너무 강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목표를 쉽게 생각하면 지키기도 쉽다는 역설이다. 상대든 목표든 그것이 강할수록 의욕은 넘칠지 모르지만, 패배가 확인된 순간 받아들이는 것도 가볍다. 내가 최홍만과 격투기 링 위에서 마주 섰다고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터이다.

한 해가 시작되고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한 지금, 신년 벽두에 세운 저마다의 계획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지지부진하여 다음 달을 기대할 수 없을 지경인지 점검하기 좋은 시기다.

이때 담배 끊는 법에 관한 지혜를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 싶다. 매사에 의욕 과잉은 금물이다. 격정적 행동과 투쟁적 집착보다는 일상의 안정 속에서 평화로운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 안에서 자기만의 계획을 조용히 가꾸어 보는 것이다.

● 격정적 행동보다 평화로운 삶을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까닭은, 여전히 삶의 조건처럼 요란하게 구는 정치라는 이름의 유령 때문이다. 정치인과 정당을 보자. 여야나 대소를 막론하고 비슷하게 시끄럽지 않은가.

다들 의욕에 차 있으나 과잉이다. 자기가 외치는 구호가 최상의 선이라 강변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목표는 그럴듯한 장밋빛이어서 선전용으로는 좋으나, 너무나 허황하여 달성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를 어느 정도 살짝 비켜서서, 가벼운 자신의 꿈을 만들고 거기를 향해 경쾌하게 걸어가자는 것이다. 좋은 결심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정치인들이 배울 수 있도록.

차병직 참여연대 집행위원장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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