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전세계 에너지 자원을 두고 치열한 패권 경쟁이 일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파이프라인의 정치학’이라 정의하고 “현재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수도꼭지를 지배하는 국가가 우위를 차지하는 시대”라고 보도했다. 24일 밤 11시 방송하는 EBS <시사 다큐멘터리> ‘파이프라인 정치학과 에너지 전쟁’은 천연가스를 무기 삼아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의 에너지 정치 등을 조망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 영국 BBC가 'The High Price Of Gas'란 제목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시사>
지난해 1월 1일 러시아는 가격협상 실패를 이유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천연가스의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1년 동안 가스요금을 2배 이상 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스공급 중단은 그루지야 등 주변국에서도 재현됐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 같은 대응은 우크라이나 등의 친 서방 정책이 빌미가 됐다고 분석한다. 러시아 외에도, 국제 에너지 시장이 자원 고갈로 인해 생산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은 지난 겨울 뼈 아픈 교훈을 얻었다. 북해 가스전을 보유한 영국은 한 때 저렴한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사용했다. 그러나 가스전의 매장량이 고갈되면서 결국 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그 의존도가 점차 높아졌다. 이런 상태에서 유럽 대륙의 가스 공급사들이 시장에 비축분을 풀지 않아 가스비가 크게 올랐는데 만약 영국이 천연가스 수입시대에 맞는 시스템을 미리 갖췄으면 가격 급등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 등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의 급증을 가져오고 있으며 ‘파이프라인 정치학’은 갈수록 위력을 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 나라가 에너지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수입 경로의 다양화와 함께 대체 에너지원 개발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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