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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진념 前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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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진념 前 경제부총리

입력
2007.01.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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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독수리는 어미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건장하게 자랍니다. 나이든 독수리도 가혹한 자기변신을 통해 새 생명을 얻습니다. ”

진념(67)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에 나서면서 ‘독수리 론’으로 운을 뗐다.

“어미 독수리는 제대로 날개짓을 못하는 새끼 독수리를 벼랑에서 떨어뜨리고 받기를 수 차례 반복합니다. 훈련과정에서 탈락하면 바로 죽어 창공을 힘차게 나는 어른 독수리는 모두 이런 훈련을 거쳤습니다. 독수리의 수명은 70년인데 40년쯤 지나면 큰 고비를 맞습니다. 부리가 가슴쪽으로 파고들고 발톱은 낡아서 더 이상 찍을 수 없고, 털도 더 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집니다. 이때 일부는 그저 그렇게 죽지만 많은 독수리는 처절하게 거듭나는 준비를 합니다. 구부러진 부리가 없어질 때까지 바위에 쳐서 새 부리를 만들고, 발톱과 깃털을 모두 뽑아 새 것으로 바꿉니다. 3~6개월 이런 노력이 성공하면 또 다른 30년을 힘있게 삽니다.” 그는 “통합과 혁신, 그리고 제대로 된 선택으로 희망을 확인하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어미의 사랑과 훈련으로 자란 어린 독수리와 거듭난 독수리의 화합 날개에 황금돼지의 꿈을 싣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_최근 강연에서 정부에 5대 제안을 하셨지요.

“1년이란 기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경제운용은 경제논리로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에 대해서만큼은 기본적인 규제말고는 다 풀어야 합니다. 논란중인 공공개혁을 연내 마무리 짓고 불법 폭력시위를 근절하는 원년으로 만드는 것도 시급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는데 이 모든 전제조건은 여야 정부의 대타협과 국민적 합의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이는 곧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_지금 상황으로 미루어 여야의 대 타협이 쉽지는 않겠지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좋은 정치, 훌륭한 정치는 백성을 편안히 하고 생업에 열심히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있어요. 특히 지난해 말부터 정치게임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대권만 갖고 싸우는 정치권 때문에 국민은 지금 피곤합니다. 이럴 때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제 칭찬할 것 있으면 칭찬을 해야 합니다. 언론도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통합과 사기 올리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장롱 속 돌 반지를 꺼내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그때 그 정신을 되살리지 않으면 올해 최악의 어려움도 각오해야 합니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우리를 결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_한때는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변화를 주도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40년 동안 우리 경제는 지구촌에서 가장 역동적이었습니다. 아시아 기적의 선두 주자였고 한 세대 만에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실현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중앙아시아나 중앙유럽 등지에서 일본보다 한발 앞서 활동을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일본이 적극적입니다. 지난 12년 동안 어려웠던 일본경제는 2,3년 전부터 부활해 이제는 아주 공격적입니다. 미쓰비시가 ‘2009년에는 세계 PDP시장을 석권하겠다’며 한국 기업을 겨냥하고 나섰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지요. 중국은 1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로 해외 기업과 자원시장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IBM의 PC라인을 매입하고 우리 쌍용자동차도 가져갔지요. 나라나 기업이나 지금 세계는 짝짓기의 급물살입니다. FTA는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돼 진화하고 있고 기술과 자원면에서는 엄청난 주도권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습니까.”

_우리 경제가 올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자화상입니다.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의 실망감이 극도로 팽배해 있고 부동산 가격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과 연결된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처럼 잠복해있습니다. 노사불안은 이제 완전히 낭떠러지 수준입니다.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의 행렬은 정말 큰일입니다. 자동차회사는 더 이상 국내에 설비를 늘리지 않고 있고 조선업체까지 해외로 나가고 있어요. 하나같이 우리 먹거리입니다. 투자나 소비 모두 전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데다 지난 10년간 유지돼 온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평생을 공직에서 보낸)나도 반성을 합니다만 우리는 그동안 글로벌화와 민주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성공모델을 어떻게 보완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노력을 더 했어야 합니다.”

_임기 1년 남은 정부에 대해 경제에 보다 집중할 것을 주?究甄쨉?

“올해는 민주화 20년, 외환위기 10년 되는 해입니다. 앞으로 5년을 결정할 대선도 있습니다. 과거의 매듭이고 미래의 선택입니다. 우선 경제를 경제논리로 풀기 위해서는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공직자들은 특정 정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후배들이 고생을 많이 합니다만 국민을 생각해야 합니다. 386이 뭐라고 한다고 해서, 정당이 뭐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자세가 될 수 없습니다. 부동산대책이 중요하지만 경제사회 정책의 일부분입니다. 여기에 올인(모두 동원)해서는 안됩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이나 일자리문제도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먹거리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으면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수도권 공장 증설 허용문제도 포함됩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PDP전쟁이 붙었는데 말로만 차세대 성장동력을 내세우면 안됩니다. 노사문제는 정말 큰일입니다. 법과 원칙이 존중되지 않으면 더 이상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_부동산문제를 놓고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리이고 빈부격차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 역시 잘못 끼워진 단추입니다. 투망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경제입니다. 한꺼번에 다 몰아가니까 만지면 만질수록 커지고 있는데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갈라야 합니다. 정부의 권한인 토지의 용도와 형질변경 과정에서 하나의 방안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용도나 형질변경을 통해 발생한 차익의 상당부분, 즉 80%정도를 정부가 환수해 이를 활용하는 겁니다. 다만 일정 기간, 즉 20년 이상 농사를 지었거나 소유하고 있었으면 이를 면제해 주는 예외적인 조치는 필요하지요. 이를 잘 활용하면 반값아파트도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집 없는 사람을 위한 장기 임대아파트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_공공개혁문제는 IMF 직후 기획예산위원장으로서 직접 주도를 하셨지요.

“아쉽게도 당시 계획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고 효율성 있는 정부를 지향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일자리문제까지 공공부문에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합니다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기업활성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공기업 매각도 지금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당시 많은 구조조정을 했어도 미진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공공개혁의 성공은 지속성에 있습니다. 영국의 성공은 대처수상의 개혁을 이후 정부에서도 이어갔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_대선의 해입니다. 국민들의 선택기준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국민 모두의 권한이자 책임입니다. 우선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최선은 아니겠습니다만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이끌 기업에 기를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의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진보냐 보수냐, 성장이냐 분배로 더 이상 시간을 보내서는 안됩니다. 실용주의에 바탕을 두지 않는 진보나 자기성찰이 없는 보수는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제기적을 만든 산업화의 경륜과 민주화에 쏟았던 열정을 선진화 세력으로 대 통합해야 합니다.”

대담=이종재 부국장

●진념은 누구

주요 부처장 두루 맡아 ‘직업이 장관’ 별명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삼정KPMG 고문으로 있다. 그는 경기지사 출마로 잠시 정치활동을 했으나 1963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몸담은 정통 경제관료다. 30년이상 공직생활 중 91년 동력자원부장관을 시작으로 경제부총리까지 주요 경제부처의 장을 두루 맡아 '직업이 장관'이란 별명까지 갖고 있다. 아시아머니 매거진은 2002년 그를 '아시아의 재경장관' 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장관직을 맡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후배들은 전문성과 소신, 그리고 특유의 친화력을 꼽는다. 사무실에서 벌이는 격의없는 토론은 저녁 술자리로도 이어지는데 '좌로 한번, 우로 한번' 돌리는 그의 건배제의는 한자리 20,30명까지 하나로 모으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신세대 노래인 '비행기'가 핸드폰 컬러링일 정도로 그는 몸과 마음을 젊고 건강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겹쳤던 갖가지 어려움을 훌훌 털어내고 올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밝은 표정이다.

강의가 없는 요즘 그는 강남 KPMG 사무실에 주로 머물면서 출범 3년째를 맞는 '한국선진화 포럼'의 발전방안을 구상중이다. 선진화포럼은 전직 관료와 교수 기업인 등 300여 유력인사들로 구성된 재단법인. 정기 월례토론회를 열어 현안을 점검하고 실사구시의 정책대안을 개발하며 여론 환기를 위한 공개세미나를 여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단체다.

남덕우 전 총리가 회장으로 있었으나 한나라당 박근혜 캠프에 관여하게 된 뒤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한다는 포럼의 원칙에 따라 사임하고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진 전부총리는 올해 포럼의 두가지 특별사업을 계획중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진화의 개념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하는 것과 발전 진화시켜야 할 한국적 경제발전모델을 설정하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한국 선진화포럼과 세미나 등을 공동개최, '선진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1940년 전북 부안생

서울대, 미 워싱턴대 석사, 미 스탠포드대 MBA, 한양대 경제학박사.

△1991 동력자원부 장관

△1994 미 스탠포드대 초빙교수

△1995 노동부장관

△1997 기아그룹 회장

△1998 기획예산위원회위원장

△1999 기획예산처장관

△2000 재정경제부장관

△2001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현재 서강대 교수, 삼정 KPMG 고문, 청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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