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지, 머리핀, ‘애국심’이란 단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추격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서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중인 것 세 가지다. 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역동적이고 강한 이미지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다.
박 전 대표는 새해 들어 연설이나 기자간담회 때 원고나 말할 내용을 적은 메모지 없이 나타난다. 그는 원래 특강 등에서 농담을 할 때도 원고를 또박또박 읽으며 하는 스타일이었다.
측근들이 얼마 전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길게 하느니, 한 마디를 해도 기사가 되는 이야기를 열정을 담아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표는 요즘 “현대차 노조는 공공의 적”, “이제 워밍업은 끝났다”, “(대선주자 검증에 대해) 예방주사나 백신 맞듯 거를 것은 걸러야 한다” 같은, 짧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표현을 잘 쓴다.
박 전 대표가 최근 단발로 변신하면서 머리핀도 사라졌다. 박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육영수 여사 머리’를 하려면 10여 개의 머리핀이 필요했다. 캠프 핵심 참모들이 머리 모양을 바꿀 지를 두고 간이 회의까지 했다고 한다. 여기서 “올림 머리는 21세기 지도자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정권교체가 이 시대 애국이다”, “애국의 대장정에 나서자” 등 박 전 대표는 유독 ‘애국’이란 단어를 자주 썼다. 하지만 요즘은 사용 빈도가 낮아졌다. 캠프에서 “‘박근혜=애국심’이라는 이미지는 이미 확고하니, ‘애국심’, ‘국가’ 같은 단어를 직접 거론하기 보다 구체적 정책과 비전을 통해 보여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애국 브랜드’ 자체를 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컨셉으로 강한 지도자상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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