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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호모 코레아니쿠스 '헉헉대며 따라가기 벅찬 나라, 한국인은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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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호모 코레아니쿠스 '헉헉대며 따라가기 벅찬 나라, 한국인은 지쳤다'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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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04쪽ㆍ1만3,000원

2006년 지하철 결혼식 사건을 기억하는지. 가난한 남녀가 승객을 하객 삼아 지하철에서 눈물의 결혼식을 올렸다. 누군가 이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이를 본 네티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학생들이 연출한 한편의 연극이었다.

가상의 공연이 현실이 된 것이다. 시사평론가이자 미학자인 진중권 씨는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전근대성과 탈근대성을 동시에 읽어 낸다. 남의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갖고, 냉정하게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뜨겁게 감동부터 하는 것은 전근대성이다. 이 전근대적 심성이 첨단 IT 기술과 만나면서 서구의 그 어느 나라보다 더 포스트모던 한 상황이 탄생한 것이다.

<호모 코레아니쿠스> 는 국민성이나 정체성 대신 ‘하비투스’(habitusㆍ습속), 즉 사회 구성원의 사고방식, 감정구조, 행동양식으로 그리는 한국인의 초상화다. 그 그림은 자연의 일부였던 농경시대에서 기계적 몸을 요구하는 산업화 시대를 거쳐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정보화시대까지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른 한국인의 몸의 변천이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흔히 압축성장으로 표현한다. 그만큼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빨랐다. 그 압축성장의 근대화가 요구한 것은 신체의 기계화였다. 농경시대에서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출퇴근 시간이 생기고 속도를 중시하며 노동에 중독됐다. 정부는 산업형 인간으로 개조를 주도하고, 군대식 훈육과 국가주의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직장과 사회가 요구하는 산업형 인간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근대화는 일면적이어서 존재의 개성화, 정신의 합리화라는 근대의 또 다른 가치는 온전하게 이루지 못했다. 무차별 시장주의가 동반되면서 문화적, 생태적, 인간적 가치를 간단하게 계량화하는 일도 일어났다.

근대화에 뒤쳐졌던 한국은 이제 그 어느 곳보다 빠른 미래주의 나라가 됐다. 토털 키치, 판타지 사극, 당당한 짝퉁 등으로 기존의 권위적 아우라를 파괴하고 인터넷, 멀티 태스킹 등 원거리 협업을 통한 노마드족이 속속 등장한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까. 지금 한국에는 산업화 이전의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한다. 근대화에 일찍 도달한 서구에서는 각 단계마다 시간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에는 그 셋의 양상이 함께 나타난다. 과시, 체면, 수직적 예법, 가부장적 태도를 수용하면서도 미디어의 주체가 돼 촛불시위를 하고 여론을 주도한다. 그런데 진중권 씨가 보기에 이 같은 시간적 층위의 중첩은 부자연스럽고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은 한국인이 시대적 요구에 적응하느라 현실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반성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세 층위가 한국인의 신체에 압착돼 있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분에서 저자는 이 셋의 최적 배합을 강조한다. 특히 21세기는 속도전의 전투적 신체가 아니라, 기술로 상상을 실현하는 미학적 신체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예술가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진중권 씨는 말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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