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풀러 지음ㆍ나현영 옮김 / 생각의나무 발행ㆍ232쪽ㆍ1만2,000원
1965년 7월 영국 베드포드대학에서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대표적인 과학철학 논쟁이 벌어졌다. <과학혁명의 구조> 로 이름을 떨친 토머스 쿤(1922~1996)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로 유명한 칼 포퍼(1902~1994)가 과학의 본성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한 것이다. 핵심은 과학 탐구의 자율성과 비판 정신이었다. 열린> 과학혁명의>
쿤은 과학 탐구가 기존 패러다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론과 맞지 않은 ‘변칙사례’가 나올 때마다 패러다임을 폐기한다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반면 포퍼는 어떤 패러다임이나 이론도 문제가 있다면 주저 없이 대안 이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둘의 대립은 과학과 진리에 대한 관점의 차이이기도 했다. 쿤이 패러다임의 안정성에 역점을 두었다면 포퍼는 패러다임을 극복의 대상으로 여겼다. 쿤이 과학의 합리성을 전문 과학자 집단에 위임했다면 포퍼는 이를 과학자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토론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인 쿤은 이후 더 큰 유명세를 얻는다. <과학혁명의 구조> 는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고 30년이 넘도록 가장 많이 인용되는 10대 학문 서적의 하나가 됐다. 과학혁명의>
이 책 <쿤 포퍼 논쟁> 은 40여년이 흐른 뒤 다시 보는 당시의 논쟁이다. 그러나 영국 워릭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논쟁의 패자로 비쳐졌던 포퍼의 편을 든다. 쿤의 견해처럼 과학자가 주어진 활동에만 천착한다면 원자폭탄과 같은 무시무시한 괴물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쿤이 냉전시대 미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정치적 인물이라는 점도 부각시킨다. 쿤>
그렇다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해진다. ‘과학자 사회의 독점적 권한을 경계하기 위해 칼 포퍼의 감수성을 부활시켜야 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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