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프로그램 매매에 기댄 기관 투자자가 연일 주식을 내다 팔면서 증시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로 집계되고는 있지만 규모가 적다. 하지만 이렇게 꼬인 수급상황에서도 업종별, 종목별로 들여다보면 국내 증시의 두 큰 손인 기관과 외국인이 유달리 애정을 쏟고 있는 것들이 발견된다.
연초 내다 팔기 바빴던 외국인은 최근 매수 쪽으로 돌아서 17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38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관심은 단연 은행이다. 은행업종을 1,901억원 어치 순매수했고 금융업 순매수 규모도 1,391억원에 이른다. 다른 업종은 대체로 매도 우위를 보였으며, 특히 전기전자는 1,594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종목별로도 국민은행을 1,056억원 어치나 사들여 특정 종목에 집중됐다. 외환은행(474억원) 신한지주(378억원)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기관 역시 같은 기간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우리금융(635억원)이었다.
외국인의 은행주 관심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향후 국내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익성 호전을 예상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은 은행업종에 대해 “경기둔화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영향으로 성장은 둔해지겠지만 안정적인 이익 실현이 기대된다”며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반면 은행주가 연말 연초에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을 들어 저점 매수 전략이라고 해석하는 쪽도 있다. 이 경우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상승 추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기관은 올들어 코스피시장에서 12거래일 중 3일을 제외하고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17일까지 모두 1조3,782억원 어치를 팔았다. 21개 업종 중 순매수로 집계되는 것은 5개 뿐이다.
기관의 순매수는 통신업에 집중돼 535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종목별로는 SK텔레콤 509억원, KT 33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의 매도공세를 피할 피난처로 통신주가 부각되는 이유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의 LG데이콤(300억원), 코스닥시장의 LG텔레콤(220억원)에 대해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며 애정을 쏟고 있다.
통신주가 증권사들의 연간 전망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데다 현재 대형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마땅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통신서비스 업종의 상장 6개사의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6조2,454억원으로 실적호전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2006년도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데 따른 반사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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