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적은 좋았지만 학생교육ㆍ지도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재임용에서 탈락한 대학 교수가 소송을 냈으나 구제받지 못했다.
1986년 지방의 모 대학은 학생들이 재단 운영을 둘러싼 학내 비리를 문제 삼아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의대 부교수였던 이모씨는 학교측의 요구에 따라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하늘도 놀랄 죽을 죄를 지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받아냈다.
대학은 이듬해 교직원 등을 동원한 교내 폭력 사태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돼 학생들이 시험을 거부하고 학교행정이 마비됐다. 이씨는 이 와중에 학생들에게 개별시험을 치르도록 강요했다.
문교부(교육인적자원부)는 87년 11월 대학 종합감사에 나섰고 비리 혐의로 총장이 사임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이씨를 비롯해 비리에 연루된 50여명의 교수 퇴진을 요구하며 해당 교수들의 수업을 거부했다.
학교는 89년 4월 이씨를 포함한 24명의 교수들에게 ‘교수직은 유지하되 수업은 못하게 하는’직위해제 조치를 취하면서 교수들에게 학생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으나 이씨는 이를 거부해 면직됐다.
이씨는 89년 소송을 내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임용기간 만료’로 대법원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후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 특별법’이 시행되자 2005년 재임용 재심사를 청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이승영)는 19일 이씨가 대학 등을 상대로 낸 재임용심사 기각결정 취소 등에 대해 “이씨의 연구실적(A)은 재임용 기준을 통과하지만 학생교육과 지도는 재임용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88년 1,2학기 이씨의 수업을 거부했지만 학생들의 주장을 이해하거나 시험거부와 같은 극단적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없이 개별적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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